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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rough The Forest Aug 31. 2021

미술관에서 산책하기


 돌아다니면 심심찮게 현대미술, 동시대 미술, 융합예술과 같은 단어들을 볼 수 있다. '모던'과 '현대'는 사람들에게 세련되고, 흥미를 느끼게 주고, 트렌드를 반영하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그러나 호기심을 갖고 들어가 보면 지나치게 감각적이거나, 지나치게 개념적이고 난해한 '잡동사니의 분주함'만 마주치게 된다. AI를 포함한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이를 이용한 예술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관람을 마치고 나왔을 때, 남는 느낌은 "뭐야 별거 없네?" 아니면 "뭐야 겁나 어렵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라는 한줄평이다. 이러한 한줄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대해진 상태로 지금의 예술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제작되는 예술작품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난해해진다. 


 그러나 이를 감상하는 방식에 대해선 특별한 변화가 있는 것 같진 않다. 하나의 작품이 안내하는 관람 방법은 다양해졌다. (관람객들이 VR을 체험하거나, 상호작용을 통해 피드백을 주는 등의 방식) 그러나 전체적인 감상 방식은 여전히 '보는 것'에만 중점을 두는 듯싶다. 예술작품은 촉각, 시각, 청각, 관계, 시간성, 공간성, 장소성 등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개념들로 무장하지만, 관람객에게 주어진 것은 - 어떤 강제성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 시각이라는 한 겹의 치장일 뿐이다.


  미술관에서 산책하기


 예술작품은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끊임없이 복잡해지고 앞서갈 것이다. 이러한 속도와 방향성에 침잠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이 앞서가기보단 한 발 물러나 산책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는 것이다. 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무장한 만큼, 관람객들도 천천히 걸으면서 다양한 감각으로 무장할 시간을 그리고 잠깐 앉아 생각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쓸모없는 비유지만, 고속도로에서 추월하는 차량을 욕하며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행 차선에서 천천히 정속 주행하며 추월 차량도 욕하고, 라디오도 듣고, 문도 열었다가 닫아보며 다양한 주행의 맛을 느껴보는 것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소비와 킬링 타임의 목적이 아닌 감상을 위한 목적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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