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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쉘 May 03. 2024

관계

벗어날 수 없는 관계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 올리며, 눈을 떴다.

‘벗어날 수 없는 관계일까?….”

만약 오래전 그날 밤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112를 눌렀다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직도 난리통의 어젯밤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경은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폰으로 시간을 대충  확인하고 이부자리에서 일어났다.

방문을 열고 나가기가 두려웠지만, 또 다른 하루를 위해 걸어 나가야 만 했다.

아무도 없다. 

너무 조용한 이 상황이 오히려 더 두렵게 했으나, 한편으론 다행이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준비를 하고, 출근을 했다.


여느 때와 처럼 사무실은 밝은 분위기다.

사회 초년생인 나경은 다른 대학 동기 친구들과는 달리 출근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경은 아직 말단 사원이지만,  꼼꼼한 일처리와 다정한 성격 덕분에 회사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회사에 있으면 나경은 다른 세상에 사는 또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어떤 모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인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판이하게 다른 두 자신의 모습에 적응하기 힘들 지경이다.


아침도 거른 채 출근을 한탓에 일찍부터 배가 꼬르륵거리는걸 겨우 참고 있다

‘이번주 너희 아버지 생신이다’

짧은 문자 한 통이 배고픔과 같은 행복한 욕구는 사치임을 알아챘다.

‘벗어날 수 없는  관계라면 멀리 떠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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