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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쉘 May 03. 2024

내가 좋아하는 음료

낮술



스트레스로 인한 위경련을 달래는 데에는 따끈한 찜질기와, 낮에 마시는 미지근한 소주가 최고다.

배를 조금 따뚯하게 해서 가라앉힌다음, 소주를 마시면 마비증세가 온 것처럼 위경련이 말짱해진다.

회사생활에 있어서 불편한 것이 있다면 단 한 가지, 낮술을 하기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점심으로 편의점 샌드위치와 소주 세 잔을 즐겨마셨던 나경은 회사를 다닌 이후로는 라면과 소주 콤비네이션으로 메뉴를 바꿨다.

다시 회사로 돌아갈 생각에 샌드위치보다는 라면이 소주 냄새를 덮어 없애버리기 좋을 것 같았다.

 맑은 소주를 들이켜면 회사로 출근하면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처럼, 다른 세상에 있는 다른 자신을 만나는 기분이다.

중학교 때부터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 나경은 아직도 중학교 때의 주량 그대로다. 덜 마시지도 더 마시지도 않는다.

소주는 늘 집에 구비되어 있었고, 나경이 마시는 세잔은 티도 나지 않아 부모님 몰래 마셔도 괜찮았던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고 최애 음료가 되었다.

이제는 나경의 가방 안에 늘 구비되어 있는 소주를 담은 분홍 물통이 그 습관을 이어나가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유쾌한 회사생활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직행해야 하는 나경은 마지만 남은 소주 한잔을  지하철에서 마신다.

마지막 남은 한잔의 소주는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기에 언젠가부터 하루 분량의 세잔을 그렇게 나누어 마시게 되었다.

‘오늘은 어떤 소리가 들릴까….’

집에 들어서기 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나경은 소주세잔을 마시는 것처럼, 신경을 곧두세우고 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웃음소리…. 어젯밤 들렸던 그 소리보다 더 싫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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