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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Dec 30. 2021

Episode20. 경제적 부담의 무거움에 대하여

시험관 시술의 힘든 점

 난임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몰랐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줄.

 직장 동료분이 몇 년 전에 난임 병원을 다니며 임신을 해서 지금 다섯 살 난 딸을 키우고 계신데, 병원을 다닐 때 거의 소형차 한 대 값을 썼다고 했다. 내 친구는 2년 전 소득기준 때문에 1회차 지원만 받고, 그 뒤로는 다 자비로 부담해야 됐다고, 맞벌이지만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난임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던 터라 남의 일 듣듯 흘려들었다.


 그러고 나서 1년 뒤 그 일이 내 일이 됐다. 체외수정 및 인공수정 시술을 받을 때 소득의 수준에 따라 일정 금액에 대해서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보건복지부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소득 기준이 넘어 국가 지원 대상이 되지 않을 경우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음). 다행히 내가 사는 지역인 부산은 난임 지원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시술의 종류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다르고, 일부 지원이기 때문에 내가 부담하는 금액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었다.


 나는 인공수정 시술을 3회 받았었는데, 인공수정은 시술 자체가 체외수정 시술에 비해 비용이 덜 발생하는 편이라 한 회당 거의 10만 원 이내로 들었던 것 같다. 약제비(착상을 도와주는 프로게스테론 질정)가 2주치가 10만 원 정도 나왔지만, 인공수정 지원금에서 착상 관련 약제비는 지원해주기 때문에 부담이 전혀 없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예전에 비해 제도적으로 많이 개선되어서 부담금이 크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체외수정으로 단계를 넘어가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주사약의 종류가 여러 개인 데다가 무엇보다 난자 채취 후에 미세 수정시키는 비용(정자가 난자와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 미성숙 난자를 배양하는 비용, 수정란을 배양하는 비용, 마지막으로 배아 동결을 할 때 비용이 정말 컸다. 동결시킬 수 있는 배아가 많이 나오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것마저 동결 개수에 따라 비용을 책정하기에 마음 편히 좋아할 수만은 없다고 할까. 체외수정 신선 과정을 거치고 나서 든 비용은 거의 인공수정 때의 7~8배였다.


 동결배아를 이식하는 과정에서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면역세포(nk세포) 수치를 낮춰주기 위한 주사약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약의 종류에 따라 5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들어가고, 이식을 하고 나서는 프로게스테론 공급을 위해 질정와 주사를 하루에 2~3번씩 투여하는데, 이 비용도 1주일에 10만 원 정도 든다. 착상 성공을 확인한 후에도 임신 9~10주차까지 계속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


 보통 3회 이상 착상에 실패할 경우 병원에서 '반착검사, PGS검사(착상전 유전자 검사)'를 권유한다. 내 경우는 2회 실패하고 나서 '반착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크게 세 영역의 검사를 받고 50만 원이 들었다. PGS의 경우는 배아 개수에 따라 개수가 4개 이상인 경우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했다.


 시험관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변해가는 내 몸과 좋은 걸 산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불어난 카드값이 주는 무게감이다. 나는 그래도 난임 휴직 중 급여 일부가 나오는 편이라 부담이 덜한 편인데, 시험관 시술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에 다니시는 분들은 정말 힘들 것 같다. 어느 시점부터 선거를 앞두고 내놓는 여러 공약들 중 '저출산 대책' 특히 '난임에 대한 지원'을 유심히 보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 난임에 대한 지원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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