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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Feb 11. 2022

Episode26. 육아 휴직이 아닌 난임 휴직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

 난임 휴직 중에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휴직 중이라면서? 왜 좋은 일을 진작 말 안 했어?”라고 묻는 안부 전화. 난임 휴직의 ‘난임’이 빠진 채 그 자리에 ‘육아’가 붙어 전달된 것이다.      


 이런 일도 있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들은 임신 소식.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지만, 마음 한구석은 부러움으로 가득 차있다. 주사를 한창 맞고 있는 때엔 기복이 심해져 슬퍼지기도 한다. 그걸 감당해야 하는 것은 내 몫.      


 난임 휴직을 쓸 때 가족,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와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말했다. 내가 햇병아리 교사일 때부터 만나 결혼까지 축하해준 선생님들. 엄마뻘 되는 연세의 선생님도 계셨기에 ‘잘 커간다’고 별 것 아닌 것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 선생님들께 난임 휴직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잘 결정했다. 이번 기회에 쉬어가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아기 가지면 되지. 잘 될 거다’라고 길지도 짧지도 않게 격려해주셨을 때 뭔가 마음이 따뜻해졌다. 난임 생활을 하면서 자주 못 뵙긴 했지만, 임신이 되면 꼭 먼저 연락드릴 분들이다.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되는 지인들에게는 내 거취를 새로 설명해야 했다. 학교 근무를 10년 정도 하다 보니 거친 학교만 3개. 그 안에서 만난 선생님들도 여러 명이라 학교 옮길 때쯤 되면 ‘어디로 전보 쓸 거야? 우리 학교 좋은 데 한 번 써봐’라는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휴직 중에도 3통 정도 그런 전화를 받았다. 감사하기도 하고, 내 상황을 설명드렸을 때 전화 너머로 당황하시는 모습이 그려져 괜히 죄송하기도 했다.     


 난임 휴직이라는 걸 말하지 못해 미안한 사람이 또 있다. 아이들. 육아 휴직이었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마음 편하게 이야기했을 텐데, 뭐라 설명해야 할지 잘 몰라 그냥 사정이 있어 학교를 잠시 떠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뒤로 아이들이 가끔 ‘선생님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라고 묻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음.. 병원을 다니고 있으니 아픈 거라고 해도 되나 싶으면서도 ‘그런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답했다.     


 이렇게 난임 휴직을 밝히지 못한 건 내 성격 탓일 수도 있다. 어쩌면 좀 더 떳떳하게 ‘아이를 갖기 위해 직장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난임 휴직을 낼 때는 진단서를 내고, 교장선생님께 설명을 드리니 휴직 처리를 바로 해주셔서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것도 3년 전에 휴직을 낸 언니는 ‘난임 휴직’ 조항이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휴직을 내는 절차를 이것저것 알아본다고 신경을 많이 썼다 한다.      


 난임 휴직을 낸 걸 여기저기 말하진 못하지만, 휴직을 낼 수 있어 감사한 마음도 크다. 다른 일반 직장에서는 아직도 ‘난임 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곳도 많다고 들었다. ‘난임 휴가’를 일 년에 3일 정도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되었고. 난임 병원을 다니다 보면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하러 수시로 병원을 가야 하고, 난자 채취나 배아 이식처럼 날짜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을 때도 있는데, 난임 휴가 일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난임 기간이 길어지는 분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으로 난임 병원을 다니지만, 혹시나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을 다니는데 아이마저 언제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다면 정말 갑갑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난임 휴직’이 ‘육아 휴직’으로 바뀔 그날이 오기를, 오랜만에 누군가 내 안부를 물었을 때 의연하게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난임 휴직과 좀 더 현실성 있는 난임 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생기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난임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당당히 ‘나 지금 난임 휴직 중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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