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댄싱인더레인 Feb 11. 2022

Episode26. 육아 휴직이 아닌 난임 휴직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

 난임 휴직 중에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휴직 중이라면서? 왜 좋은 일을 진작 말 안 했어?”라고 묻는 안부 전화. 난임 휴직의 ‘난임’이 빠진 채 그 자리에 ‘육아’가 붙어 전달된 것이다.      


 이런 일도 있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들은 임신 소식.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지만, 마음 한구석은 부러움으로 가득 차있다. 주사를 한창 맞고 있는 때엔 기복이 심해져 슬퍼지기도 한다. 그걸 감당해야 하는 것은 내 몫.      


 난임 휴직을 쓸 때 가족,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와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말했다. 내가 햇병아리 교사일 때부터 만나 결혼까지 축하해준 선생님들. 엄마뻘 되는 연세의 선생님도 계셨기에 ‘잘 커간다’고 별 것 아닌 것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 선생님들께 난임 휴직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잘 결정했다. 이번 기회에 쉬어가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아기 가지면 되지. 잘 될 거다’라고 길지도 짧지도 않게 격려해주셨을 때 뭔가 마음이 따뜻해졌다. 난임 생활을 하면서 자주 못 뵙긴 했지만, 임신이 되면 꼭 먼저 연락드릴 분들이다.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되는 지인들에게는 내 거취를 새로 설명해야 했다. 학교 근무를 10년 정도 하다 보니 거친 학교만 3개. 그 안에서 만난 선생님들도 여러 명이라 학교 옮길 때쯤 되면 ‘어디로 전보 쓸 거야? 우리 학교 좋은 데 한 번 써봐’라는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휴직 중에도 3통 정도 그런 전화를 받았다. 감사하기도 하고, 내 상황을 설명드렸을 때 전화 너머로 당황하시는 모습이 그려져 괜히 죄송하기도 했다.     


 난임 휴직이라는 걸 말하지 못해 미안한 사람이 또 있다. 아이들. 육아 휴직이었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마음 편하게 이야기했을 텐데, 뭐라 설명해야 할지 잘 몰라 그냥 사정이 있어 학교를 잠시 떠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뒤로 아이들이 가끔 ‘선생님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라고 묻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음.. 병원을 다니고 있으니 아픈 거라고 해도 되나 싶으면서도 ‘그런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답했다.     


 이렇게 난임 휴직을 밝히지 못한 건 내 성격 탓일 수도 있다. 어쩌면 좀 더 떳떳하게 ‘아이를 갖기 위해 직장을 잠시 떠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난임 휴직을 낼 때는 진단서를 내고, 교장선생님께 설명을 드리니 휴직 처리를 바로 해주셔서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것도 3년 전에 휴직을 낸 언니는 ‘난임 휴직’ 조항이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휴직을 내는 절차를 이것저것 알아본다고 신경을 많이 썼다 한다.      


 난임 휴직을 낸 걸 여기저기 말하진 못하지만, 휴직을 낼 수 있어 감사한 마음도 크다. 다른 일반 직장에서는 아직도 ‘난임 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곳도 많다고 들었다. ‘난임 휴가’를 일 년에 3일 정도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되었고. 난임 병원을 다니다 보면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하러 수시로 병원을 가야 하고, 난자 채취나 배아 이식처럼 날짜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을 때도 있는데, 난임 휴가 일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난임 기간이 길어지는 분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으로 난임 병원을 다니지만, 혹시나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을 다니는데 아이마저 언제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다면 정말 갑갑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난임 휴직’이 ‘육아 휴직’으로 바뀔 그날이 오기를, 오랜만에 누군가 내 안부를 물었을 때 의연하게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난임 휴직과 좀 더 현실성 있는 난임 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생기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난임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당당히 ‘나 지금 난임 휴직 중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Episode25.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