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SHOOP 리슙 Mar 31. 2024

간당간당 글쓰기





나의 친애하는 독자들 중 일부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사실 나의 지극한 희망 사항에 더 가깝겠지만-브런치에 한 달마다 최소 한 편은  남기려고 버둥거린다. 그래서 업로드 날짜를 보면 대부분 그 달의 마지막 날이다. 수시로, 혹은 매일 좋은 글을 올리는 수많은 작가님들 사이에서 이 정도 뻔뻔함마저 없었다면 감히 돌아올 수 있었을까. 그래도 글을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더 낫다는 믿음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있을 거란 믿음으로, 월급만큼 반갑지는 않으시더라도 그저 '얘 또 생존신고하러 왔', '꼴에 구색 맞추려 왔구먼, 어이구'라는 한심함 너그러움 한 스푼 얹어서 가볍게 봐주다면 그저 황송하겠다.


2021년 11월 말, 퇴사를 결심한 무렵부터 사랑했던 직업과의 아름다운 갈무리를 위해, 전애인과 이별할 때조차 하지 않았던 글쓰기를 인스타그램에 하기 시작했다. 장르는 이름하야 내가 정한 [직업회고록]. 12편 정도로 기획했던 회고록을 거진 다 써가던 2022년 2월, 브런치에 지원했다. 직업이 특이해서였는지 몰라도 작가 자격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사적이면서 공적인 공간에 입성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한 편을 목표로 했으나 실력은 없고 핑계는 많아서 점점 글을 올리지 못하는 주간이 늘어났다. 그러다 한 달까지 늘어나 버린 셈이다. 한 달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한 달이 두 달, 두 달이 네 달을 넘보지 않게 나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도 글쓰기에 미약하게나마 하나의 진전이 있다면 작년 2023년 10월 23일부터 학원 블로그에 매일 글을 하나씩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까지 해서 모두 160개가 올라갔다. 물론 블로그라서 홍보만을 목적으로 쓴 글들도 있고, 바뀐 시간표만 간단하게 안내하는 글들도 있지만 조차 내겐 버거울 때가 다반사였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 흔들리는 캄캄한 차 안에서 12시 전까지 어떻게든 써냈다. 100개까지는 돌아버리는 줄 알았고, 100개까지 하면 거들떠도 안 보고 그만둬야지 했다. 그래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알량하게나마 '글쓰기 근력'란 게 조금씩 붙어서 지금은 할 만하다. 나름 생긴 요령이 다른 말로 성장이고 실력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방문자수가 하루에 10명 아래인 날에도, 기껏 눈알 빠지게 머리 굴려며 쓴 포스팅의 조회수가 5회 미만이어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어느덧 단단한 자부심.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썼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하루는 안 쓰고 쉬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명료했다. 그냥 '오늘은 쫓기는 마음 없이, 강박관념 없이 쉴 수 있겠는데?'라는 마음을 정말 오래간만에 제대로, 편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은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그림의 떡일 때가 많다는 걸 납득하지 못하는 분도 계실 거다. 그렇지만 쉬는 날에도 한 시간 이상 낮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잡다한 번뇌와 번민으로 뇌가 희번뜩거리는 내겐 기회, 아니 행운이나 다름없는 게 빈 마음다. 그럼 왔을 때 잡아야지, 어쩌겠는가! 어쨌든 하루마음 편하게 쉬었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쭉 쓰는 중이다.


이제 4월이다. 작년 4월 쓴 글이 젖어있던 거에 비해 오늘 쓴 글은 비교적 잘 말라있다. 앞으로도 간당간당하겠지만 뻔뻔하게 뽀송한 글 올리러 오겠다.




어느 날 누군가 마른 수건 위에 낳아(?) 놓았던 달걀
작가의 이전글 팽팽한 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