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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Dec 21. 2022

'좋아요' 바라며  달걀지단도 부치고

마음이 예뻐지는 샐러드 트리를 꾸며보았어요.

요리에 찾아온 크리스마스.
제가 운영하는 와인바에는 트리 장식을 안 해서 플레이팅으로 보여드려요.

그저께 남편 대학 동창 송년 모임을 가게에서 한다며 사장이 설레발쳤던 것 기억하시죠.


옵서버인 주제에 왜 사장이 더 흥이 나서 주는 술도 모자라 셀프로 따라 마시고 만취해서는...

젊을 땐 그쯤 마시면 책상 올라가 춤추고 뛰던 사장인데 이젠 나이 들어서 그래도 그건 안 했네요.

분위기는 훈훈하고 사람들은 그저 좋고 추억은 돋고 술은 달달하니 어찌 안 취할 수가 있나요. 후회는 없어요.

... 부끄러움은 남편의 몫이니 사장이 알 바 아니고.

어제는 기어 다니며 영업했어요. 다행히 오후쯤 지나며 말짱해져 저녁 디너 코스 고객님들 무사히 대접했지요. 접시에 올려진 샐러드 트리들 그리고 그날의 잔해들.
2022년은 이렇게 마무리되어 가네요.

오늘은 메뉴에 없는 오일 파스타랑 소고기 떡만둣국을 만들었어요.


사장의 오늘 점심은 소고기 떡만둣국이었거든요. 떡국상에 반찬은 김치 하나면 충분해요.

저 그릇은 굴을 닮아서 생굴을 담아 먹거나 굴떡국을 담아 먹었는데 오늘은 소고기 떡만둣국이네요.

연말에 떡국 먹으면서는 기분이 착잡했는데 내년부터는 나이가 2살 어려지니 괜히 안심하고 먹게 되네요. 까짓 나이가 뭐라고.


가족이 다녀가면서 메뉴에 없는 오일 파스타를 대령하라고 해서 만들었어요

가족에게 요리를 해주면서 맛있냐고 묻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엄마 요리, 이미 다 아는 맛으로 먹는 거니까. 그래도 사장은 또 물어요.


 "맛있니?"

뻔한 대답을 알면서도 또 묻는 마음.

맨날 먹는 그 맛인데도 맛있다고 대답해주는 마음.


그 마음을 주고받으며 또 한겨울 저녁을 보냅니다.

(저기... 원래는 달걀 그냥 풀어 넣는데 '좋아요'  받으려고 지단도 부치고 열심히 만든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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