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한 쪽 벽에는
가로 28cm, 세로 45cm짜리 직사각형 거울이
걸려 있다.
거울을 매단 못에는 진주로 만든 팔찌도
달려 있다.
9년 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아주머니가 이 팔찌를 나에게 주셨다.
아주머니는 나랑 같은 병실에 입원한 남편을
간병하셨다.
이 병실에서 나는 제일 어렸다.
아주머니는 딸 같은 나를 보며
마음이 쓰이셨는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셨다.
아주머니는 나랑 우리 엄마를 챙겨주셨다.
엄마가 끼니를 거를 때면
빵이 가득 담긴 봉투와 바나나를
건네주시곤 했다.
어느 날 내 손에 팔찌와 미니 성경책을
쥐여주셨다.
그다음 내 옆에서 조용히 기도하셨다.
진심이 담긴 그 기도는 마치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위로처럼 전해졌다.
퇴원 후에도 아주머니가 주신 팔찌와
미니 성경책을 한동안 내 곁에 두었다.
타인의 친절한 행동과 말은 힘들 때
큰 힘이 되었다.
한마디 말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특히 병원처럼 마음이 예민해지는 공간에서는
그 무게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몸이 아플 때, 의사의 한마디에
그날 하루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침마다 병실을 돌며
환자들의 안부를 묻던 수간호사님이 계셨다.
항상 내 두 손을 잡아주셨다.
따뜻한 눈빛과 다정한 말투로
내 마음을 다독여 주셨다.
진심이 전해지자, 나도 수간호사님께
평온한 미소로 화답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격려가 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말의 내용만큼이나 그 말에 담긴 온도도
중요하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파문처럼 퍼져나가
자신과 상대의 마음에 오래 머문다.
힘든 사람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은
무엇일까?
다음은 셰릴 샌드버그와 애덤 그랜트가
공동 저술한 책<옵션 B>에서 나오는 말이다.
“[괜찮을 거야. 틀림없어] 라고 말하는 대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
나 역시 몰라.
하지만 그 과정을 너 혼자 겪게 하지는
않을 거야.
그 과정을 걷는 걸음마다 내가 함께
있어 줄게]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핵심은 상대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타인의 아픔 앞에서는
말 한마디조차 세심해야 한다.
지친 사람에게 무조건 “힘내”, “잘될 거야”
“응원할게” 같은 말은 와닿지 않아서
공허하게 들린다.
“내가 네 곁에 있어. 너를 걱정하고 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이 더 깊은 위로를 준다.
나 역시 괴로운 시간을 보낼 때
멀리서 달려와 같이 있어 준 사람이
가장 고마웠다.
삶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조금 더 친절해지는 일이다.
우리는 뒤늦게 후회한다.
내 삶을 쭉 걸어가다 보면 그 길 위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자신을.
사소한 친절이라도 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온기 있는 인사 한 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풍요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