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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FFLE Jan 30. 2024

간절하게 실패하고 싶다는 말

실패에 관하여

#얼마 전 노량진 스타강사 A씨의 세금이 화제였다. 이를 공개하면서 그의 연봉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었다. 평소 A씨는 과거 실패한 경험을 자주 꺼내곤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을 만큼의 빚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실패 후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대한민국 요식업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시내에 줄지어 있는 프랜차이즈들은 그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그런 그도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여러 번 망했다고 했다. 연이은 실패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지만, 끊임없이 잘못된 점을 보완하고 메뉴를 개발하며 결국 그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크고 작은 슬픔을 이겨내며 나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이들의 인생을 보며 (성공은 고사하고) 어떤 실패를 경험했는지 궁금했다. 삶(Birth)은 모험(Adventure)과 도전(Challenge) 사이에 있다고 생각하니 많은 실패가 있으리라 예상했다.     


나의 B(Birth)는 A(Adventure)와 C(Challenge)사이에 있다.


어릴 때 원하는 대학에 떨어진 것, 글쓰기 공모전, 영상 공모전에 도전하여 떨어진 것, 토론대회에 나가서 떨어진 것, 풋살대회에 나가 겨우 2경기 이기고 떨어져 돌아온 것. 원하는 회사에 지원하여 3년 연속 최종까지 가서 떨어진 것.     


살면서 도전한 것들은 수없이 떨어지고, 떨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떨어졌다.’는 말을 ‘실패했다.’는 말로 치환하기가 민망했다. 다만 ‘이걸 과연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만 들었다. 결국, 머릿속 어떤 페이지를 찾아봐도 실패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떨어졌다는 말을 실패했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는 삶이었을까?

어릴 때 원하는 대학에 떨어졌지만, 있는 힘껏 공부한 건 아니었다. 그저 시계추처럼 집과 독서실을 왔다 갔다 하는 그런 학생일 뿐이었다. 20대 때에는 공모전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꾸준히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준비하면서도 수준 낮은 실력에 스스로 부끄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죽을힘을 다할 정도로 욕심냈던 것이 있었나. 그걸 꾸준히 시도했던 적은 있었나.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결론이 나왔다. 나는 실패조차 하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반대로 성공의 경험 역시 있을 리 만무했다.     


실패라는 건 무언갈 욕심내고 죽을힘을 다했을 때, 그럼에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었을 때 자연스럽게 내 안에 새겨진다. 단순하고 가벼운 에피소드가 아니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어릴 때 친구들이 나의 당락을 물어볼 때마다 “아 그거? 그거 뭐 떨어졌지. 괜찮아 다음에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라고 답했던 그때의 내가 어리석었다. 실력이 부족하니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척, 떨어져도 꿋꿋하게 재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척하며 살았던 모양이다.




사실 나는 실패하고 싶지 않다. 그저 실패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도전을 실패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보람과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대하고 싶다. 내가 정말 원하고 욕심내는 것이 뭔지 궁금하다. 만약 찾게 된다면 사력을 다해 꾸준히 도전하고 싶다.


나는 간절하게 실패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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