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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FFLE Feb 24. 2024

#1 일 잘하는 사람 vs 인성 바른 사람

내가 만난 일은 정말 잘하는 사람

  사무실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대화 주제가 있다. 일은 잘하는데 인성이 별로인 사람이 나은가 아니면 일은 못 하는데 인성이 바른 사람이 나은 가다. 지금까지 만난 거의 모든 동료는 전자의 경우를 택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유는 하나다. 직장에서는 사람을 업무 평가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일은 조금 못하더라도 인성이 바른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전자의 직원이 낫다는 답변은 같은 직장인으로서 그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는 걸까. 또 인성이 별로라는 기준은 제각각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사람을 업무적으로만 판단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궁금하다.     


  고용주야 당연히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하겠지만, 같은 팀의 동료로서 인성을 넘어설 만큼 정말 실력이 중요한 걸까. 우리는 타인의 배려와 존중으로 살아가며,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인간이다. 과연 우리 내면에는 다른 요소들을 무시할 만큼 무디고 단단한 정신이 공존하고 있을까.     

     



  오래전 일이다. 한때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첫날 마주한 현장의 느낌은 낯선 것 이상이었다. 언제부터 썼는지 잔뜩 때 묻은 슬링과 공구함을 가득 메운 장비에 순식간에 압도당했다.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발로 애먼 장비만 툭툭 차면서 주위를 살피는 척했다.  


  준비 기간이 지나니 총괄 관리자라는 분이 왔다. 키는 170cm가 안 되어 보였고, 피부는 오랜 시간 햇빛에 노출된 탓인지 검게 타 있었다. 검게 탄 피부 위로 주름이 잔뜩 보였다. 첫인상으로 보건대 분명 짜증으로 만들어진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목소리는 얼마나 큰지 현장이라는 걸 감안해도 한껏 격앙되어있었다. 그래서 늘 화가 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걸음은 또 무척 빨라서 앞장서 가면서도 뒤에 있는 우리를 몇 번이나 쳐다보기 일쑤였다, 그래서 가끔은 ‘우리는 장비를 나르잖아요, 차장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집도 세고 성격이 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들어보니 그 관리자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이미 소문이 나 있었다. 회사 측에서는 반가워할 만한 능력이었다. 기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인부들이 가져가는 일당이 줄어드니 말이다. 첫날 다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그 관리자는 본인을 분위기 메이커라고 소개했다.     



  그 분위기 메이커는 어떻게 일을 했을까.      

  그 관리자는 조장과 직원들이 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질러댔다. 모두 몇십 년씩이나 같은 일을 한 전문가인데도 말이다. 또 평소에는 허공에다 욕설을 내뱉다가도 가끔은 상대에게까지 했다. 큰 소리로 상대를 모욕하거나 수치심을 주는 것은 오래된 습관으로 보였다. 게다가 어린 친구들에게 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초보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담배 피우는 시간조차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렸고, 결국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이쯤 되면 분위기 메이커가 아니라 트러블 메이커가 아닌가. 이런 유능한 관리자 밑에서 일했건만 2주일도 안 돼서 5명이 그만두었다. 나중에는 다른 팀에 협조 요청까지 해야 했다. 이렇게 직원들을 압박하고 못살게 군 덕분에 결국 공사 기간을 2주 단축하게 됐다.     


  그러나 공사 기간을 단축한 것은 과연 누구에게 성공적인 결과일까.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했다며 환호했을까. 욕을 먹어가며 체인블록을 잡아당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2분 남짓 되는 담뱃불 앞에서 서로의 새까매진 얼굴을 마주하며 그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 그 관리자 정말 일 잘한다며 칭찬을 먼저 했을까.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보다도 빨리빨리 올라가라며 소리를 꽥꽥 질렀던 그 관리자에게 더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까.     


  나는 이 관리자와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뻔한 말을 해야겠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팀워크는 한 개인의 엄청난 역량이 아니라 팀원에 대한 배려와 이해에서 나온다. 좋은 팀워크는 좋은 성과를 낸다고 굳게 믿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은 좀 못하더라도 인성이 바른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하루의 나머지 15시간을 잘 살아내기 위해 9시간 동안 상처받는 건 정말 싫다.     




사족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그러나 해피 엔딩은 없었다. 졸전의 연속이라는 오명까지 얻어야 했다. 역대급 스쿼드라는 2024년의 팀을 무너뜨린 건 선수 간의 불화였다. 이 불화의 시작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였을까.     


충분한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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