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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은 성장을 위한 움직임이다.

by 민수석

신입사원으로 첫 회사를 들어가

5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회생활이 처음이던 1년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지나갔습니다.

2년차부터 3년차까지는

본격적으로 업무를 맡아 배우느라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다 3년차가 되자

회사라는 공간이 처음으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일이 흘러가는지,

그리고 몇 년 뒤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까지도요.


그 모습은 제 선임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월화수목 금금금.

변하지 않는 루틴과

멈춰 있는 성장.

생계를 위해 출근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점점 무거워지는 생활.


그 안에서

조용한 갈증이 올라왔습니다.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숨을 쉬고 싶다는,

막연하지만 선명한 갈망이었습니다.


그즈음부터 일 잘하던 선배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행선지는 외국계 기업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라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엔지니어를 찾던 때였습니다.

고객의 요구는 점점 높아졌고

현장에서 대응할 인력의 필요도 함께 커졌죠.


그 흐름이

저에게도 다가왔습니다.


지쳐가던 5년차 어느 날,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외국계 기업에서의 인터뷰 제안.

고민은 길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마음이 준비되어 있었으니까요.


면접은 3차까지 이어졌고

운 좋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직이, 그렇게 제 앞에 열렸습니다.


퇴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임원은 “나가면 고생한다”며

한동안 결재를 미뤘고,

‘도망간다’는 프레임을 씌워

붙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도망이 아니라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그렇게 저는 첫 회사를 떠났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동기들 중 여전히 그 회사에 남아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저는 저대로의 성장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돌아보면 후회는 없습니다.

제 커리어의 큰 그림으로 보면

적당한 시점에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로 외국계 기업에서

여러 나라의 엔지니어들과 협업해보고,

정리해고도 두 번이나 겪고,

돌고 돌아 원하던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으니까요.


물론 여기에서도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휴직과 복직이라는 작은 파도를 지나며

나름의 성장통을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성장의 결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직은 도망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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