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장면은
단연 화사와 박정민의 무대였습니다.
저 역시 화면을 보며
묘한 설렘 같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특히 여성 팬들의 환호가 유난히 뜨거웠죠.
하지만 제 마음에 오래 남은 무대는
조금 달랐습니다.
바로 이찬혁의 무대였습니다.
그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때가
열일곱이었을까요.
그때에도 ‘천재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그 천재가 자신의 일을
얼마나 즐기는지,
그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
연출과 음악, 퍼포먼스가 하나가 된 장면.
말 그대로 장관이었죠.
그 여운에 이끌려
작년 청룡영화상 무대까지 찾아봤습니다.
그가 부른 **〈파노라마〉**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트를 차려입은 채
와인잔을 들고 등장한 이찬혁.
음악이 흐르자 그는
수트도, 와인잔도, 형식도
그의 자유로움을 막지 못했습니다.
와인을 쏟을까 걱정도 될 텐데
그는 개의치 않고 춤을 춥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인상적이던지요.
우리는 무언가를 하려 할 때
너무 많은 이유로
스스로를 검열합니다.
수트를 입었으니까.
와인을 들었으니까.
흘리면 안 되니까.
나이 들어서, 돈이 없어서, 능력이 부족해서…
수없이 많은 ‘안 되는 이유’를 만듭니다.
하지만 그 무대 위의 이찬혁은
그 모든 검열을 스스로 찢어버리듯
춤을 추고, 와인을 흘리고,
끝내 관짝 퍼포먼스로 장면을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 가네 파노라마처럼”
가사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간절함이
그 무대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를 묶고 있는 건
때때로 현실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규정해놓은 속박’일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주저하고 있다면,
와인을 흘리며 춤추던 그 장면을 떠올려 봅니다.
삶은 결국 한 장면씩 스쳐 지나가는 파노라마.
조금 흘리고 흔들리더라도
그 장면 하나쯤은 마음껏 춤춰도 되지 않을까요.
지금 망설이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냥 한 번 해봐도 좋겠습니다.
우리의 파노라마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