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콘텐츠 에디터 면접 때 무엇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잔뜩 긴장한 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전에 블로그로 접했던 ‘웹쓰리’였으므로 저는 제가 그때 읽은 블로그글을 최대한 복기하며 '웹쓰리'에 대해 식은땀을 흘리며 설명했습니다. 면접 후 제가 잘 대답을 했는지 되짚다 보니 저는 ‘웹쓰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더랬습니다. 아무래도 웹 3.0 하면 떠오르는 '탈중앙'과 '분산 웹 관점'이 가진 왠지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이상적인 기운(?)에 저 또한 매료되었기 때문에 면접 때 그 단어가 떠올랐던 건 같은데 정확히 설명은 안 되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IT 분야 또한 개념을 잡는데 책만 한 게 없다고 믿고 있는 저였으므로 황급히 관련 주제를 다룬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운 좋게도 첫 번째로 읽은 책 ‘웹 3.0이 온다’(장세형, 이상준 지음, 위키북스 펴냄, 2023)는 저의 혼란함을 정리해 주기에 안성맞춤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좋은 책을 발견하고 횡재한 느낌을 같이 나누고 싶어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게 되기까지 했습니다.
작가 두 분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분야에서 너무나 많은 오해와 잘못된 이해가 웹 3.0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현실을 보다 못해(?) 이 책을 쓰셨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작가분들은 주변에서 답답한 질문을 많이 받아 고통받으신 듯 책 전반에 걸쳐 이러한 우려를 반복해서 풀어놓습니다. 이 책의 2장에서 특히나 이런 느낌을 받으실 수 있는데 ‘웹 3.0에 대한 오해’라는 제목에 걸맞게 꼼꼼히 따져 들어갑니다.
최근 소개되는 웹 3.0은 ‘웹(WEB)’이라는 본질보다는, 웹 2.0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키워드(중앙화와 수익독점)만을 너무 부각시켜 오히려 웹과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개념으로 오해되고 있는 것 같다. …… 현재 웹 3.0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된 개념은 없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해관계자 또는 웹 종사자들이 웹 3.0을 규명하고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는 있으나, 여전히 웹 3.0에 대한 개념과 이해는 다양하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웹 3.0을 단정적으로 정의하고 그 특징과 속성을 한정해 버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웹 3.0을 다루지만, 웹 3.0에 대한 정의적 관점보다는 웹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면서 웹이 어떻게 변화 및 발전해 가는지 웹의 발전적 방향성 속에서 웹 3.0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3-4쪽
저는 이 책의 목차를 보자마자 읽기를 결심했는데요. 1장의 제목이 ‘웹의 이해와 웹 2.0’입니다. 웹의 등장 배경부터 다루는 걸 보니 웹 3.0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지는 않겠다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1장을 읽고 나자 이 책을 고른 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NFT, 메타버스 등 많이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 개념들을 간단명료하게 도표를 곁들여 설명하는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매번 찾아보지만 언제나 헷갈리는 인터넷과 웹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을 먼저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도로가 뚫리자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도입됐다. 웹은 이 도로를 기반으로 한 ‘정보에 대한 접근 및 공유 서비스’로 이해할 수 있다.
12-13쪽
웹이란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상태, 또는 연결된 모든 정보 집합, 또는 공간을 의미한다.
22쪽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면서 처음 배웠던 기초 중의 기초, 바로 HTML이 왜 탄생했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제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이런 설명은 같은 개발자들에게 물어도 얻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원래 마크업 언어는 교정 부호 등을 표기하는 데 사용됐지만, 점점 활용이 확대되면서 문서의 구조를 표현하는 언어로 발전했다. 웹은 전 세계 정보를 연결 및 공유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는 다양한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며, 따라서 웹 서비스는 이런 다양한 기반 시스템에 영향을 받거나 호환성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 이런 한계점에 대응하기 위해 적용한 기술이 HTML이다. HTML은 전 세계 다양한 기반 시스템에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표현이 가능하도록 문서 구조를 체계화한 것이다.
32쪽
앞서 잠시 언급했듯 아무래도 돈이 관련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부분에 대한 오해가 현재 남발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이 주제들이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그런 이유로 블록체인에 대해서 그 기본원리가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는 편이었고, 저 또한 블록체인의 원리를 제대로 접한 건 처음이었음에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화폐 및 물건 거래에서 장부라는 것이 필요하다. …… 거래 내역이 발생하면, 거래 내역을 장부에 차곡차곡 기입한다. 장부 한 페이지에 거래 내역이 모두 채워지면 해당 페이지에 대한 요약본을 별도로 정리하여 완성하고, 완성된 장부를 전체 장부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장부를 계속 갱신한다. 블록체인도 일종의 장부로서, 블록체인의 구성 및 작성 원리는 앞서 다룬 장부의 구성 및 작성 원리와 유사하다. 먼저 블록은 Body, Header, Block Hash로 구성된다. 거래 내역에 해당하는 트랜잭션이 생성되면 먼저 Body에 차곡차곡 저장된다. 그리고 트랜잭션이 모두 채워지면, Body에 대한 요약본이 Header에 포함되고, 마지막으로 Block Hash가 결정되면 블록이 완성된다. 완성된 블록을 기존 블록체인에 계속 연결해 나간다.
141쪽
출처: 141쪽
이 책의 저자들은 웹 3.0이라는 차세대 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웹의 본질, 즉 ‘정보에 대한 접근을 위해 탄생한 기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책 전반에 걸쳐 일관된 방향으로 펼쳐집니다. '정보가 어떻게 변화 및 발전, 활용되어 가는지, 즉 "정보"의 발전 관점에서 웹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이 책의 마지막에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 같은 선진 기술을 다룰 때도 정보 연결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웹의 미래는 3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1. 인공지능 관점 - 기존에는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고 찾기 위해 웹에 접근했다면 ChatGPT의 출현으로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 웹을 활용할 것이다.
2. 메타버스 관점 - 기존에는 웹에 존재하는 정보를 끌어내어 현실 세상에서 이 정보를 활용하고 실행하는 방식이었다면,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웹 안에서 경험과 체험을 즐기고 새로운 생활과 경제활동이 웹 세상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3. 초연결 관점 - 기존의 웹은 사람이 생성한 정보가 업로드된 웹사이트 간의 연결이었다면, IoT 활성화에 따라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이 서로 초연결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사람 머리에 칩을 장착한다면 사람과 사람의 연결도 가능).
405쪽
반복되는 설명으로 인해 책의 분량이 길어진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생소한 개념은 설명을 듣고도 까먹기 마련인 저에게는 뒤에서 반복해서 해당 개념을 되짚어가며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이해가 된 부분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다음으로 넘어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인 457쪽에 다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