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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n 15. 2024

'이야기꾼'도 회전목마를 만들 수 있다!

미첼 레스닉의 평생유치원 리뷰


데니 울프와 하워드 가드너는 아이들이 장난감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연구한 뒤 두 가지 주된 놀이 방식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어떤 아이들을 ‘만들기꾼Pattern'이라 불렀으며, 다른 아이들을 '이야기꾼 Dramatist'이라 불렀다. 만들기꾼은 구조와 모양을 좋아하며, 보통 브릭과 퍼즐을 가지고 논다. 이야기꾼은 이야기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좋아하며, 주로 인형이나 동물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271쪽,  여러 경로와 여러 방식


메첼 레스닉의 평생유치원(미첼 레스닉 지음, 다산사이언스, 2018)의 이 부분을 읽고 제가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가 개발에 대한 흥미를 잃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에 나온 예처럼 '회전목마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을 때 회전목마를 회전시키는 원리라던가 필요한 도구에 관심이 바로 가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주의에는 그런 개발자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이 앞에서 말하는 '만들기꾼'에 해당되는 유형의 사람이었겠죠. 저는 제가 '만들기꾼'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에 소질이 없고 무엇보다 흥미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꾼'이 어떻게 회전목마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다음 사례를 보고 저의 생각이 섣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다음은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관련 부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이들은 관심과 열정만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놀고 배우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 우리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초기 레고 로봇 키트를 테스트하면서, 다양한 놀이와 학습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어떤 반에서 우리가 학생들에게 무슨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을 때, 학생들은 놀이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놀이기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세 명으로 구성된 어떤 그룹은 곧바로 회전목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계획을 세운 다음, 레고 브릭과 기둥, 톱니바퀴 등을 사용해 구조와 구동기관을 만들었다. 회전목마를 만든 뒤에는, 이것을 회전시킬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고, 터치 센서를 추가해 제어했다. 회전목마는 한 방향으로 회전하다가 누가 센서를 건드리면 다른 방향으로 회전했다. 이 그룹은 회전목마가 각 방향으로 회전하는 시간을 바꾸어가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험했다. 초기 아이디어에서 최종 구현에 이르는 전체 프로젝트에는 단 2시간이 걸렸다.
역시 세 명으로 구성된 다른 그룹은 대관람차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기본 구조에 관해 30분 정도 논의한 뒤에는, 이것을 밀쳐두고 대관람차 옆에 음료수 매점을 세우기로 했다. 나는 처음에 이 그룹을 걱정했다. 우리의 활동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에게 톱니바퀴 구동방법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하는 것이었는데, 만약 그들이 톱니바퀴와 모터와 센서가 없는 매점만 만들면 그 중요한 학습 경험을 놓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너무 빨리 개입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매점을 만든 다음에, 그들은 놀이공원 전체에 벽을 쌓았다. 그런 다음 주차장을 만들었고, 공원에 들어가는 많은 사람을 조그만 레고 사람 모형으로 만들어 넣었다. 그러고는 놀이공원에서 하루를 보내려고 여러 지역에서 오는 많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놀이공원 전체 광경을 완성하고 나서야 그들은 대관람차를 만들고 프로그래밍했다. 그들에게 대관람차 만들기는 그 주위의 이야기를 상상하기 전까지는 별로 홍미롭지 않은 주제였던 것이다.
놀이공원 실험에서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아이들은 만들기꾼으로 분류된다. 그들의 초점은 먼저 회전목마를 움직이고, 그런 다음 다양한 동작 패턴을 실험하는 것이다. 두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이야기꾼으로 분류된다. 대관람차가 어떤 이야기 속의 일부일 때만 그들은 이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두 그룹은 같은 레고 키트라는 재료를 사용해 구동장치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해 비슷한 내용을 배우지만, 놀이와 학습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이런 차이는 초등학생들뿐 아니라, 대학생을 포함한 모든 연령층에서도 나타난다.

269-271쪽, 여러 경로와 여러 방식


저는 주로 남는 시간에 책을 읽습니다. 그러다 보니 눈이 피로해질 때가 많습니다. 더 읽고 싶어도 눈이 견뎌내지 못해서 책을 덮는 안타까운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디오북과 팝케스트를 듣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했다 보니 TTS나 OCR의 원리 같은 게 궁금해지더군요. 요즘 가장 흥미 있는 기술이 그래서 자연어처리 중 음성처리 쪽입니다. 이 흐름이 전형적인 '이이기꾼'의 사고방식과 같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수포자가 된 건 이런 저의 성향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다 보니 정말 교육이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교육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의 수학과 과학 과정은 전통적으로 ‘이야기꾼’보다 ‘만들기꾼’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이것은 많은 아이들이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큰 이유이다. 문제는 학문 그 자체가 아니라 학문을 표현하고 가르치는 방식에 있다.
학습자들은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만들기꾼’이고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꾼’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차이가 자연적인 것인지 교육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내게는 그다지 흥미롭고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배경과 서로 다른 학습 방식을 가진 모든 아이들이 자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모든 아이들은 자기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끼는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며,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꿀 수 있도록 다른 방식에 대한 경험도 쌓아야 한다.

273-276쪽, 여러 경로와 여러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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