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대한 이견
엄마: 그러고 나가려고?
딸램: 어때서?
엄마: 레깅스는 좀 아닌 것 같아.
딸램: 난 편하고 좋은데?
엄마: 넌 그렇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닐걸.
딸램: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상관이야. 나만 좋으면 되지.
엄마: 나는 안 좋아.
딸램: 왜?
엄마: 사람들이 널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눈길이 신경 쓰이게 될 거야.
딸램: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옷은 각자의 취향이고 각자의 표현방식일 뿐이야.
엄마: 내가 홀딱 벗고 수영복만 입고 나다니면 넌 좋겠니?
딸램: 그전에 다이어트를 좀 한다면 더 좋겠지만, 엄마의 선택을 존중해줄게.
엄마: 여기는 대한민국이야. 넌 연예인도 아니고.
딸램: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지금 공식적인 자리에 나가기 위해 TPO를 따져야 할 순간도 아니고, 엄마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
엄마: 그래도 난 사람들의 시선이…, 윗도리라도 길게 입으면 어떨까?
딸램: 아예 히잡이라도 씌우시지.
엄마: 그거랑 그거는 다르지.
딸램: 잘 생각해봐. 논리적으로는 하나도 다르지 않게 보이니까.
엄마: 에휴- 네 맘대로 해.
딸램: 당연하지. 다 큰 성인이 자기 스타일을 자기가 결정하는 건 자기 마음이야.
엄마: 네 스타일이 그렇게 굳이 트렌드를 앞서서 가야 해?
딸램: 나 은근 진보적이거든.
딸램: 엄마,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자켓이 아냐. 이건 너무 정장스럽잖아.
엄마: 이게 뭐가? 이런 검정자켓은 청바지 위에도 다 입고 다니는 거야. 속에 흰티나 검정티 받쳐 입고 청바지 입으면 딱 예쁘겠네.
딸램: 길이도 좀 길고, 어쨌든 좀 정장같은 느낌이야.
엄마: 길이가 짧은 것은 스커트랑 같이 입는 투피스 정장이고, 짧은 걸 입으려면 점퍼를 사야지. 검정 자켓을 산다며? 너 검정색 라이더자켓도 있잖아.
딸램: 뭔가 드레시하지 않아?
엄마: 아주 캐주얼한 느낌을 주려면 오버핏에 벙벙한 것을 사야 하는데, 넌 그러면 뚱뚱해보여서 싫다며. 허리 라인이 들어간 걸 사려면 이게 딱인데.
딸램: 왜 내 눈에는 정장스럽게 보이지?
엄마: 주머니가 바깥에 달려있잖아. 그럼 진짜 정장은 아니지. 진짜 정장은 이렇게 주머니를 바깥으로 안 빼고 주머니 입구만 보여. 이건 바깥에 있잖아.
딸램: 그래? 그럼 이걸 살래.
엄마: 진즉 주머니 얘기할 걸. 그걸로 한방에 해결될 줄 알았다면…. 괜히 입만 아팠네.
딸램: 엄마는 뭐 안 사?
엄마: 이미 다 산 기분이야. 지쳤어. 그냥 갈래.
딸램: 왜? 엄마도 필요한 거 있다며.
엄마: 그냥 살 빼서 있는 거 입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