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램: 매달 생리하는 것도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은데, 애를 낳으려면 임신기간과 수유기간까지 2~3년간 ‘꼼짝 마라’ 상태인데다가 키우는 동안도 여자들이 훨씬 더 고생하잖아.
엄마: 육아에 적극적으로 함께 나설 남자를 만나렴.
딸램: 찾기도 어렵고 찾는다고 해도 대신 배부르고 대신 젖먹이는 것도 아니잖아.
엄마: 어려움이 많으면 기쁨도 그만큼 더 많기 마련이야. 엄마가 아기와 나누는 교감을 남자들은 가져볼 수가 없단다.
딸램: 안 되겠다. 엄마가 건강관리를 잘해야겠어.
엄마: 내 건강은 왜?
딸램: 엄마가 애를 좀 봐줘야지.
엄마: 내가 왜?
딸램: 나보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했잖아.
엄마: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딸램: 훌륭한 사람들은 대체로 바빠서 적극적으로 육아를 도울 사람이 필요하니까.
엄마: 헐~
딸램: 엄마 말에 따르기 위해 내가 이렇게나 노력하고 있잖아.
엄마: 네 주장은 나한테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딸램: 대신 할머니와 손주가 나누는 교감을 선물할게.
22. 남녀 차별
딸램: 난 대학 들어간 후에도 12시 통금이 있었는데 엄마 아들은 왜 새벽에 들어와도 봐줘?
엄마: 그 녀석은 알바를 12시 넘어서 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딸램: 그건 남녀 차별이잖아?
엄마: 차별이라기보다는… 차이라고 하자.
딸램: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 마. 그런 걸 차별이라고 하는 거야.
엄마: 널 더 배려하고 신경 써준 거야. 넌 내가 클럽 앞에서 새벽 세 시에도 기사노릇 하려고 몇 번이나 대기했었잖아.
딸램: 그게 배려라고? 그건 억압이라고!
엄마: 그게 억압이라면 술 마시고 새벽에 강남으로 데리러 오라고 나한테 전화한 건 뭔데?
딸램: 그건 배려고….
엄마: 그게 차이야. 넌 너무 예뻐서 누가 집어 갈까 봐 내가 눈 부릅뜨고 지켰던 거고, 네 동생은 무거워서 아무도 못 집어 갈 테니 오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는 거고.
딸램: 핑계는 그럴싸하지만 결국은 차별이라고! 난 애들이 한참 놀 때 제대로 놀지도 못했어.
엄마: 노는 건 원래 제대로 충분히가 없더라. 항상 부족하지.
딸램: 엄마는 말만 진보였지, 실은 꼰대야. 여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화를 답습하면서 지금도 딸에게 강요하고 있잖아.
엄마: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난 살면서 성희롱, 성추행 같은 일을 무수히 경험했어. 위기의 순간들을 얼마나 많이 넘겼는지 알아?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지만, 전 세계의 많은 여자들이 그런 일들을 겪는 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난 내 딸이 공포에 질려 그런 위험한 순간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딸램: 그런 식으로 겁에 질려 여자들이 꼼짝하지 않으면 결국 세상이 바뀌지 않는 거야.
엄마: 그러면 넌 왜 엄마가 잔소리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밤늦게 안 돌아다니는 건데?
딸램: 미국은… 다르지. 거긴 진짜 위험하거든.
엄마: 거봐. 위험을 피한다는 것에 있어서 우린 생각이 같은 거야. 세상이 틀렸다면 세상에 맞서렴. 취객이나 성범죄자랑 맞서서 목숨 걸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