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에 대하여
25. 한 글자 차이
딸램: 엄마, 휴대폰에 아빠를 뭐라고 저장해놓았어?
엄마: 비겁한.
딸램: 이혼하기 전에는?
엄마: 비범한.
딸램: 헐- 같은 사람이고 한 글자 차이인데… 뉘앙스가 완전 다르다.
엄마: 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최선을 다한 거고.
딸램: 이제는?
엄마: 솔직하고 냉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거지.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까.
딸램: 아빠는 잡은 고기에는 먹이 안 준다고 했었는데, 엄마는 반대네.
엄마: 거봐. 먹이도 없이 배곯아 가면서 긍정적으로 보느라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겠니.
딸램: 거울 좀 봐. 아무도 배곯았다는 말은 안 믿어줄 거야.
26. 소수의 괜찮은 친구
엄마: 친구들 만나러 안 나가?
딸램: 집에 있을래.
엄마: 방학이 얼마 안 남았잖아.
딸램: 어차피 얼마 안 남은 방학 동안 매일 만나도 다 못 만날 것 같아.
엄마: 전 같으면 연예인처럼 하루에 몇 개씩이라도 스케줄을 만들었을 텐데 왠일이래?
딸램: 엄마가 한 말이 맞더라.
엄마: 무슨 말?
딸램: 친구들한테 목맬 필요는 없다고 했던 말. 그때 엄마가 나한테 지금 만나는 친구들을 나중에도 다 만나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했었어. 코드가 맞는 몇몇 친구들만 남을 거라고.
엄마: 이제 그 말이 이해되는 거야?
딸램: 어느 정도는….
엄마: 그런데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어?
딸램: 옛날엔 친구 만나는 일이 중요했는데, 요즘은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 이상하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엄마: 전에 넌 좀 친구들한테 집착이 심했어. 하지만 친구는 다다익선이 아니야.
딸램: 친구 많아서 나쁠 건 없잖아.
엄마: 길고 긴 인생길을 걸을 때, 내내 시끌벅적한 게 좋을까? 그렇게 친구들을 몰고 다녀봤자 삶의 희노애락을 나누는 건 더 어려울걸. 웃고 즐기는 것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은 그렇게 만나고 돌아올 때 결국 허무할 수밖에 없어. 사람들에게는 소수의 진짜 괜찮은 친구가 필요해.
딸램: 어떤 친구가 진짜 괜찮은 친구로 남을지 어떻게 알아?
엄마: 일단 네가 괜찮은 사람이 되고 나면 보이겠지.
딸램: 그게 제일 어렵잖아.
엄마: 널 만났을 때 네 친구도 허무하지 않아야 할 테니까 노력해.
딸램: 엄마를 만나면 엄마 친구들은 허무하지는 않아도 골치 아플지 몰라.
엄마: 뭐라고?
딸램: 웃고 즐기는 것도 안 되고, 늘 진지하기만 하니 골치 아프면 어떻게 해.
엄마: ….
딸램: 그래서 엄마한테는 진짜 인내심이 넘치는 소수만 남은 거 아닐까?
엄마: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