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어른이 된다는 것
딸램: 엄마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엄마: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딸램: 현재를 바꾸고 싶지 않아?
엄마: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서 현재에 와 있는 건데, 그걸 죄다 다시 하냐?
딸램: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고,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잖아.
엄마: 이렇게 살아온 게 나인걸? 난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어.
딸램: 지금의 엄마가 보기에는 아쉬울 수도 있잖아.
엄마: 그 아쉬운 선택이 생각보다 멋진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잖아.
딸램: 우리 말이야?
엄마: 그래. 너희 때문에라도 현재를 바꿀 수는 없지.
딸램: 더 멋진 자식들을 낳았을 수도 있잖아.
엄마: 그게 가장 문제야. 더 멋진 아이들은 필요 없거든. 너희가 제일 소중해.
딸램: 아들래미 때문에 속 터져 죽겠다고 한 사람은 어디 갔어?
엄마: 그러게. 속 터져 죽어도 못 바꾸니까 문제지.
딸램: 엄마는 당최 낭만이 없어.
엄마: 낭만이 있을 나이라 너는 좋겠다.
딸램: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좋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엄마: 그래? 나는 좋은데.
딸램: 뭐가 좋은데?
엄마: 어릴 때는 늘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앞이 뻔히 보여서, 그리고 속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어서.
딸램: 그게… 뭐가 좋아?
엄마: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거든.
딸램: 엄마 얘기 들으니 어른이라는 건 하나도 좋을 게 없는 것 같아.
엄마: 살아봐. 네가 지금 시시하게 보는 것들이, 바꾸고 싶은 네 과거가 얼마나 찬란하고 예뻤던 건지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고통 속에 성숙한 네가 그럭저럭 맘에 들 거야.
딸램: 한 번뿐인 인생인데 좀 덜 힘들게, 좀 더 멋지게 살고 싶어.
엄마: 애초에 설정이 틀렸네. 힘들어야 멋져지거든.
딸램: 거짓말 마. 이젠 그런 거에 속을 나이는 아니거든.
엄마: 우리 딸 어른 되려면 아직 멀었네.
28. 나이가 든다는 것
딸램: 뭐해?
엄마: 오랜만에 거울을 봤더니, 볼이랑 턱이 너무 쳐졌어.
딸램: 보톡스 맞으라니까, 필러를 맞든가.
엄마: 인공적인 건 딱 질색이야.
딸램: 그럼 경락을 받든가, 운동 같은 거에 진작 신경을 썼어야지.
엄마: 그럴 시간도 돈도 없는걸.
딸램: 아무것도 안 하려거든 중력의 권위를 그냥 받아들여.
엄마: 그러기에는 상태가 너무 심각해.
딸램: 가장 심각한 건 뭔 줄 알아?
엄마: 뭔데?
딸램: 거울을 오랜만에 보는 거야.
엄마: …
딸램: 그러니까 자기 얼굴이 낯설어 보이지.
엄마: 아!
딸램: 앞으로는 매일 매일 거울을 보고 조금씩 처지는 자신의 얼굴에 익숙해져. 그럼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