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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Nov 24. 2020

안나 카레니나로 본 행복의 이유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기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수많은 고전들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알려진 『안나 카레니나 (민음사본)』의 첫 문장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문장을 읽으시고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왜 모두 비슷한지 궁금해 하시거나, 가정이 불행한 이유도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과연 이렇게 선언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요.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소위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모두 다 성공적으로 갖추어져야만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행복은 인류가 가축화에 필요한 요건들을 모두 갖춘 소수의 동물들을 선택하는 과정을 비유한 것이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행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모든걸 다 갖춰야만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기엔 그 조건이 끝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해서 얻은 행복이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안나 카레니나』 안에는 러시아를 배경으로 사교계에서도 주목 받는 미모의 안나 카레니나가 유부녀 신분에서도 적극적인 사랑을 쟁취하려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연애, 결혼, 출산, 심지어는 죽음과 같은 주제들을 통해 인간들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 그 속에서 고뇌하고 번민하는 인간상을 입체적으로 보게 됩니다.


"난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왔어. 하지만 사색은 해답을 주지 못했지.
그 사색은 질문과 아무런 공통점을 갖지 않았어.
내게 해답을 준 것은 삶 그 자체였고,
해답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지에 대한 나의 깨달음 속에 있었어.
그런데 그 깨달음은 내가 그 무엇으로도 획득할 수 없는 것이었지.
하지만 그것은 나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 있었어."


크고 작고의 문제는 있을지언정 살면서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배우자와 마음이 멀어지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큰 돈을 날리거나 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방향을 잃고 좌절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그 문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요. 달리 해답이 없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모든 문제 있어서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건네는 가볍고도 묵직한 조언은 바로 삶이 부여하는 일반적인 대답, 즉 그날 그날의 요구에 따라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어떨 때는 하던 일을 이어서 하거나 아이를 돌보거나 잘 시간에는 잠을 자는 것도 포함해서요. 절박한 상황에서는 우리에게 닥친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나와 남을 심판하고 앞날을 재단하는 일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삶을 이어나가는 것 뿐일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고민거리를 회피하거나 묻어두는게 능사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걸음 물러나서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바라본다면 전과는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우연히 눈 녹듯 해결되는 경험들이 있으셨을 겁니다.


"이러한 기쁨은 너무나 작아서 모래 속에 섞인 금처럼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기분이 나쁠 때면 그녀는 오직 슬픔만을, 오직 모래만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기쁨만를, 황금만을 보는 즐거운 순간도 있었다."


앞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왜 모두 비슷했을까요. 그건 아마도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 수많은 크고 작은 불행들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가정은 삶의 자세를 좀 더 굳건히 지키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도 가끔씩은 그 자세가 흐트러질 때, 그 수많은 크고 작은 저마다의 이유들로 불행한 가정이 되었다가 다시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이 시대의 모든 가정들과 마찬가지로요.


지금 여러분들의 가정은 행복한가요? 그 전에 혹시 지금 힘든 처지에 놓인 독자분이 계시다면, 내가 혹시 마음에 사로잡혀 삶 속으로 돌아가시지 못하고 계시진 않은지 여쭤봅니다. 그리고 혹시 용기를 내어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신다면 전과는 다른 경험을 한 새로운 당신이 전에는 보지 못한 길을 찾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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