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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Jan 07. 2021

배달음식을 맞이하는 자세

우리의 마음과 음식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바야흐로 배달음식의 시대입니다. 매장에서 직접 배달해주던 햄버거, 치킨, 짜장면, 족발 등과 같은 메뉴들에서 벗어나 배달대행 플랫폼의 발전으로 커피나 디저트까지 누구나 손쉽고 빠르게 음식을 집으로 주문하고 즐깁니다. 게으르다는 오명을 들었던 배달족들은 식당 내 5인 이상 모임 금지, 배달음식 지원금 등 정부 정책에 힘입어 의식 있고 개념 충만한 현대인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국에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들을 소위 '뉴 노멀'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하루 세 끼, 혹은 그 이상을 모두 혼자 배달음식으로만 해결하면서 음식 중독에 빠지거나 식사나 수면 등 하루의 리듬이 뒤틀린 분들도 보입니다.


내가 먹고 마시는 음식은 그 자체로 '제2의 자아'이다. (포이어 바흐)


안전하고 규칙적인 식사는 누구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한 것처럼 지키기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야심한 밤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의 성인병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나 마음의 허전함 같은 '트리거'를 통해 야식, 폭식, 음식중독으로 감정을 해결하려고 하는 패턴을 알아차리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로 인해 나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여기거나 자책을 하고 자존감을 스스로 깎아내리다가 우울의 늪에 빠지게 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날들이 며칠 반복되고 나서야, 스스로 부정적인 정신 상태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깊이 있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지나치기를 선택한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잖아.' '나만 힘든 거 아니잖아.'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소율 외 3인, 『한국형 섭식장애를 말하다』, 학지사, 2020)


음식과 감정에 얽혀 있던 습관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식사를 기록을 해두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섭식 일지'에 음식의 종류와 먹었던 시간, 장소, 그리고 식사 전후의 생각이나 감정, 행동을 기록해보시고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면  좋은 변화들을 쌓아가며 새로운 습관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소위 '소울 푸드', '컴포트 푸드'도 기분 전환을 일으키는 데에 있어서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참고하여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매운 떡볶이를 주문하기 전 인지적으로라도 필터링을 한번 더 거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먹느냐 역시 중요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내 앞에 놓인 음식을 충분히 보고 냄새 맡고 촉감을 느끼고 맛을 보고 삼키는 식사를 통해  현재에 머무르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경험해보시길 권유합니다. 꼭 '마음 챙김 식사'를 하지는 않더라도 음식에 집중하고 식사를 하게 되면 필요 이상의 과도한 음식 소비와 과체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식탁에서 관계가 형성된다. 식탁에서는 그들의 현재 상태도 드러난다. 식사는 한 쌍이 얼마나 잘 지내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와 같다. (장 클로드 카프만)


아울러 건강한 식사를 위해서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식사할 때에 부정적인 생각이나 대화 주제를 삼가는 것도 염두에 둘 만합니다. 『음식의 심리학 (멜라니 뮐 외 1인, 반니, 2017)』의 저자는 식사에서 감정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고 여럿이 함께 식사할 때에는 식탁에서 아주 가까이 앉게 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치나 종교, 고부관계 등의 문제처럼 예민한 주제는 잠시 피하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굳건히 자리를 잡게 된 배달음식. 직접 요리하는 데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들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배달을 시켜 먹는 매력과 장점은 분명합니다.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한 식사를 위해 내 식습관을 체크해보는 기회가 되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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