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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Nov 09. 2022

달콤한 꿈을 꾸었다.

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25 : 2021년 1월 26일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주역


궁즉통(窮卽通)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 해서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극단의 상황에 이르면 도리어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는 말로 풀이해도 되겠다. 하나의 규칙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흐트려내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물을 오염시키는 것이 물을 다시 정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이렇게 쉽게 마주하는 실패들이 하나씩 늘어날 때, 우리는 성공할 수 있는 확률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가게 되는 것이다.  





불행이 한겹 쌓일때면 해결할 문이 고난의 담벼락 뒤로 보이지 않은데, 그 불행도 겹겹이 쌓이게 되면 층이 생기고, 그 층은 담을 넘을 수 있는 턱이 되고 다리가 되어준다.


소연은 오늘도 꿈을 꾸었다. 물론 자고 일어나면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눈을 뜨게되면 머릿속에 가득차 잠을 울리게 했던 꿈들은 스르륵 사라지는 편이다.  

그러나 오늘의 꿈은 소연의 등골을 서늘하게 타고 내려와 하루를 찝찝하게 만들었다. 으레 꿈해몽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이가 빠지는 꿈을 꾸면(특히 윗니가 빠지면) 집안의 어른이 돌아가신다.' 정도의 불행을 예고하는 꿈, 그녀의 꿈내용은 꿈 속에서 치료를 받았던 썩은 이들이 갑자기 막 빠지고 자기도 모르게 으드득 씹다가 뱉어내는 것이었다. 

'으드득'

꿈이라지만 생생했던 '으드득'하는 소름돋는 감각이 위에서 아래로 다시 몸 구석구석에 전율을 일으켰다. 남동생이 자다가 이를 가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저렇게 이를 으득으득 갈다가 각설탕이 으스러지듯 깨져버리면 어쩌나'라는 생각을 종종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의 꿈은 그 생각이 메세지가 되어 소연의 잠 속을 침투한 것이다. 

악몽의 영향일까. 소연은 며칠간 최근 그녀에게 벌어지고 있는 모든 불행을 대입해보기 시작한다. 급기야 기다린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일어나는 사소할만큼 어처구니 없는 헤프닝들이 불길을 야기하는 징조들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불안감은 불행의 늪으로 넘어트리고, 결국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낭떠러지에 스스로를 던져놓는 꼴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소연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스스로 불행의 방으로 걸어들어간 그녀가 다시 나올 수 있었던 건 깨어있을 때는 달콤한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잠이 선물한 사악한 꿈은 그녀가 매일 아침 긍정의 힘으로 그리는 꿈에게 쫓겨나기 시작하고, 그녀는 변하기 시작한다. 결국 자신을 변하고 통하는 건 스스로 피어나가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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