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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r 19. 2024

짧은 삶에서 읽은 긴 여운

영원을 살 수 없기에 인간의 내면에는 늘 불안과 초조가 얼마간 도사리고 있다. 더 큰 욕망으로 무장하고 저마다 행복을 채우려는 몸부림은 때로는 과욕을 낳고 언어는 거칠어진다.


뉴스를 틀었지만 욕망의 아비규환 같기만 해 귀에 거슬려 다시 껐다. 늘 그랬듯 클래식 음악 채널과 책이라는 듬직한 친구를 찾는다. 작은 에세이집이 눈에 들어온다. 재미 소아과 의사 스텔라 황은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 애잔한 순간들을 회고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존재만으로도 말할 수 없이 큰 기쁨과 행복을 준다. (엄마로서 아이를 만날 때) 반짝반짝한 햇살이 더해진 빛나는 바다를 보는 것 같은 순간들을 아기를 잃은 부모는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수술실에서) 아기를 잃은 부모를 뒤로 하고 집에 가면, 꺅꺅 소리를 지르며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오는 내 아이들, 잠시 멈춘 눈물이 다시 샘솟는다.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겪지 못할 감정이 의사와 엄마 사이의 줄타기에서 중심봉이 되어 나를 잡아준다. 조금 더 나은 의사로 성장시켜 준다.

   <사랑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스텔라 황 지음, P.32


응급실에서 주로 미숙아나 다양한 소아 환자들의 생사를 지켜보며 쓴 여의사의 에세이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하루하루가 선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가르쳐준 이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스승님이 아이었다. 저자가 일상에서 보는 병실 풍경과 오열하는 부모 품에서 저 세상으로 간 어른 팔뚝만한 생명체였다. 삶과 죽음의 거리가 그토록 촘촘하게 딱 달라붙어있었기에 그 경계를 나눌 수도 없었던 짧은 삶, 그것이 소아 환자들의 죽음이었다.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오늘, 책장을 덮고 새벽 공기를 갈랐다.     


[ 2h Repeat ] 파헬벨(Pachelbel) _ 캐논(Canon in D Major)ㅣ사색ㅣ휴식ㅣ독서ㅣ명상 l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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