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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pr 07. 2024

창작, 고통과 희열의 변주

소설을 쓰는 일은 머리가 빠지고 이가 흔들리는 끔찍한 경험을 수반한다. 그래서 소설 창작이 현실로부터의 도피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소설 창작은 현실로 뛰어드는 일이며, 체제에 큰 중격을 안기는 일이다.

   - 플래너리 오코너


가치 있는 작품은 어떻게 얻어질까? 하늘에서 뚝딱 섬광처럼 영감이 떠올라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이야기의 샘이 솟아나고 펜과 붓이 가는 대로 손을 놔두면 되는 대가의 경지는 있을까. 대체로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은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자신의 직업적 특색으로 받아들이며 숙명으로 여긴다. 그렇지 않고 실크로드만 기다린다고 생각한다면 그저 그런 생활인, 예술직업인 정도에 그칠 것이다.


이보다 더 실행하기 어렵고 성공이 불확실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것은 없다. 바로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는 것이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도피하지 않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 예술과 인생은 허약할 것이다. 위대함으로 가는 여정에는 늘 암초가 도사리고 있고 폭풍우가 갈 길을 방해하기도 한다. 때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엉뚱한 생각들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회심의 미소를 짓게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 순간 과감하게 실행하는 능력 또한 예술가의 능력이다. 마우리치오 카켈란, 제프 쿤스, 레이디 가가 같은 이들은 충격을 주는 퍼포먼스나 기괴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지만 예술가로 대접받기도 한다. 의학도로 "이 길은 아닌가봐" 하는 하는 나날을 잠시 보내다 해부학 실험실을 뛰쳐나와 다른 길을 간 음악가로 표제음악의 장을 더 넓고 새롭게 한 베를리오즈도 유사한 경우다.


곡을 쓰든, 글을 쓰든, 어떤 창작을 하든, 바로 그 순간 자신이 만들고 있는 아이디어와 짜릿하고 무책임한 콘돔 없는 섹스를 하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할 일이다.

   - 레이디 가가


뭔가 단박에 큰 일을 낼 작품을 쓴다고 말하고 10여 년을 응답하지 않는 이가 있었다. 이제 지리산에서 나올 때가 되었다며 농담을 던지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너무나 장시간 아무런 결과물을 선보이지 못했다면 그건 자신이 분야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릴 때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눈에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현재의 미완성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시기가 된 것일 수도 있다고 완곡하게 말해주었다.  


때로는 낯 두꺼운 용기도 필요하다. 아무도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대단한 유명 가수가 아니라면 조금 서툰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라. 우리가 외국인이 하는 서툰 발음의 한국어 노래나 말은 한 수 접어주고 듣거나 이해하듯.    


당신이 가진 재능을 사용하라.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새들 말고 어떤 새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숲은 너무나 조용할 것이다.

     - 무명씨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2악장 무도회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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