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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r 30. 2024

저울을 준비할 시간

선거의 계절이다. 저마다 다른 생각들이 난무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대시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치인이야 그렇다 쳐도 한발 비켜선 입장에선 자신과 다른 이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절대선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를 옹호하는 건 정치인으로 족하다.


최고 수준의 지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상반된 생각들을 동시에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다.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오히려 다른 의견에서 배울 수 있다. 똑같은 의견으로 똘똘 뭉친 집단은 언제나 위험하다. 그것은 비단 정치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고 보는 여러 안목 측면에서도 그렇다. 철학자 볼테르는 "나는 나와 다른 당신의 생각을 목숨 걸고 지킬 것"이라고 했다.


통 크게 품어주는 이들이 많을 때 갈등과 분열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칼 포퍼가 말했든 열린 사회의 적은 언제나 자신의 오류가능성에 문을 꽁꽁 닫아걸고 귀에 거슬리는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막아버리는 자세다. '오픈 마인드', 말이 쉽지 어려운 문제다. 이성보다 감정은 언제나 우리 뇌의 더 넓은 영토를 지배하기 쉽고 과잉 행동으로 연결될 때가 많다.


'확증편향'은 언제나 익숙한 방식으로 생각을 이끌어가고 습관화되기 쉽다. 그래서 정치적 성향이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심리는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기에 이들의 생각도 경청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민주시민의 중요한 자질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자유를 구속할 권리는 없다. 작가 닐 게이먼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전체주의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비록 내가 보기에는 불쾌하고, 어리석고, 어처구니없고, 위험해 보이는 생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가 당신에게 있다고 나는 믿는다. 당신은 그런 것들을 말하고, 쓰고, 전파할 권리가 있다. 당신의 생각이 나를 위협하거나 모욕하거나 역겹게 한다고 해서 내게 당신을 죽이거나, 팔다리를 자르거나, 상처를 입히거나, 자유와 재산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내 생각 중에도 아마 당신에게 역겨운 것들이 있을 것이다.

  - <닐 게이먼을 만든 생각> 닐 게이먼 지음, 유소영 옮김, p.26   


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경쟁자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패배를 아쉬워하는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었다. 지지자들이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며 거친 언어로 오바마 측에 저주에 가까운 언어를 퍼붓자 매케인이 이를 제지했다. 이어 매케인은 "나는 오바마도 미국을 생각하는 애국자라고 믿습니다"라며 기꺼운 승복을 종용하고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치인, 아니 인간의 품격을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레이거노믹스라든지 냉전체제 해체 같은 성과로 내외치 면에서 대체로 후세에 평가가 후한 레이건의 인생도 그의 직업처럼 드라마틱하다. 젊은 시절의 '리건'은 배우조합 일을 맡아서 하기도 한 골수 민주당원이었지만, 공화당의 '레이건'으로 대통령에 올랐다. 윈스턴 처칠 또한 진보당으로 청년시절을 보냈지만, 보수당 의원으로 후반생을 보냈다. 정당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이에게 '진정성'이란 라벨을 붙이기는 쉽지 않지만 일생일대 한 번의 변신으로 부국강병에 기여한 정치가라면 존경할만하다. 오히려 절대 진리의 수호자로  대단한 신념을 가진양 행세하며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정치가들에게 숨어있는 독소를 걸러내는 일이 투표장에 나서는 '민심'의 일이 될 것이다.  


미국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검은 대통령' 오바마는 민주당이었다. 그의 치적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언어는 지금의 공화당 트럼프보다 절제되었고 표용력이 있었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절대의 가치로 군림하는 순간, 정치가들은 대중의 이성을 마비시키려 들지도 모른다. 종국에는 그들만의 이익에 봉사하는 옹졸한 리그에 국민들을 편가르게 해서 가두어 두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이 감당할 몫이 될 것이다.


정치의 언어는 거칠어지기만 하고 정책 경쟁은 실종된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자명한 일이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정당의 색깔만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냉철한 시선과 균형감각으로 후보들을 저마다 자신의 저울에 올려보고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의 면면을 꼼꼼히 살필 일이다. 판단이 설 때까지 숙고하고 자신의 권리를 소신껏 행사하는 유권자의 일은 민주주의의 소중한 기둥이다. 고대의 한 철학자가 말이 아직껏 유효하기에.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저질스런 인간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 플라톤


(107) � [1hour] Martini / Plaisir d'Amour (마르티니 / 사랑의기쁨) 피아노 편곡버전 / Piano arrangement version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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