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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도 Sep 28. 2021

백수일기-1

일을 멈추고 삶의 균형을 맞추는 연습

직장을 그만두었다.

창립멤버로, 설립을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딱 10년을 올인했던 조직이다.

워라밸 따위 무시하고 워크워크워크로만 달려왔다.

가족에게 몹시 미안할 정도로..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즈음 멈추고 돌아보리라 마음먹었기에 멈추는 것은 당연했다. 

안식년을 갖고 복귀하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다시 그 자리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누군가에게 여전히 평생직장이 의미를 갖기도 하겠지만 

평생직장이나 평생직업보다는 평생진로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기에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한 직장이나 한 직업에 머물러있기보다는 계속 나아가고 싶었다. 


나에게 있어 머물러 있음은 욕심으로 변질될 수 있으며 나아감은 곧 성장과 도전을 의미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도전하고 어떤 성장을 하고 싶은지 돌아볼 시간은 필요했다. 

지금까지의 도전과 성장이 어떠했는지도 검토해야 했다. 


워라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워크워크워크로 살아왔기에 워라밸은 

마침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위해서도 중요한 화두였다. 

워라밸은 무엇일까? 24시간 중 12시간 일, 12시간 라이프로 살면 워라밸일까?

출근하면 워크 시작 퇴근하면 워크 끝, 퇴근하면 라이프 시작, 출근하면 라이프 끝인 것일까?


국어사전을 보니 균형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라고 한다. 

아이와 놀이터를 가면 시소를 탄다. 

아이가 아내와 한쪽에 올라타면 반대쪽에 내가 혼자 탄다. 

그래야 어느 정도 균형이 맞는다. 

균형은 그런 것이다. 

절대적인 기준 하나만 갖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 올라가 있는 것들의 수와 무게, 특성 등등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백수를 결심했다. 

워크워크워크로만 살아왔기에 라이프라이프라이프를 하지 않고서는 균형을 맞출 자신이 없었다. 

당분간은 라이프 우선으로만 살아보리다. 

그 라이프는 첫째가 아이, 둘째는 아내로 하리다. 

그리고 첫째와 둘째를 위해서 해야 하는 주요 과업은 가사노동이 되리다. 


그렇게 (속으로 혼자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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