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박훈정, 2018)
영화는 10년 전 사건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한 소녀가 사력을 다해 도망가고, 이를 추격하는 무리가 등장한다. 이 소녀가 사건의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모호함을 가지고 소녀는 외딴 농가에 도착한다. 그리고 10년 후 구자윤(김다미)는 씩씩하고, 털털하고 총명한 아이로 자라 마을에, 집안에 녹아있다. 기울어진 가세에 도움이 되고자 TV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자윤을 찾아온다. 자윤은 베프 명희(고민시)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쌓아올리며 완벽하게 10년 전 사건을 지운다. 영화는 이 과정을 오랜 시간 보여준다. 마녀의 ‘활약상’이 아닌 마녀의 ‘탄생기’에 방점을 두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부분은 긍정적이다. 철저하게 평범한 인물로 살고자 했던 자윤의 고뇌와 의지의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후반부에 배치된 닥터 백(조민수)과 미스터 최(박희순)의 장황설이다. 닥터 백과 미스터 최는 영화 내내 평면적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장황설이 흥미롭지 못하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장면 역시 지루하다. 귀공자(최우식)에게는 시선이 가지만, 긴머리(정다은)에게는 시선이 가지 않는 이유 또한 동일하다. 반면, 자윤은 영화 초반 쌓아올린 캐릭터가 있었기에 후반부 그의 등장은 강렬하다. 이는 자윤의 액션 때문이 아니다. 그의 얼굴에서 보이는 이중성과 모호함이 섬뜩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202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