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 therapist May 24. 2024

인생, Something Great이 있다.

심리 상담가로서 세 아이의 부모로서 부모의 역할이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 하지만 부모가 절대로 아이의 인생을 전부다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요즘 인스타나 방송을 보면 초등학교 전에 0000을 해야 하고, 중학교 전에 00 습관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대학준비를 하려면 000이 필요하다는 정보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진다. 마치 이런 것을 준비하고 있지 않는 부모들은 무식하고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처럼 말하는 전문가들 혹은 선생님들이 많다. 나는 그 말이 너무나 불편하다. 마치 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다 책임지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건 아닌가 싶다.  나는 그들처럼은 아이들을 못 키울 것 같기 때문이다.


 좋은 부모를 만나서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더 좋은 기회를 가지고 성공할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를 떠나 홀로 살아내야 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그리고 인생에선 고 이어령 교수님의 표현데로 인간이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어쩔 수 없는 더 크고 놀라운 세계, Something great 이 있다. 그것은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 되기도 한다. 그건 인간의 노력 밖의 섭리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무척 똑똑하고 능력 있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도 잘해서 부모와 학교에서 예쁨을 받고 자란 분들이다. 그분들은 미래의 자신의 인생도 이렇게 자신의 뜻대로 평탄하고 쉽게 갈 줄 알았다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1등도 하고 원하는 대학도 갈 수 있었던 사람들이기에 다른 것들도 그렇게 자신이 노력하고 애쓰면 원하는 데로 될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들 중에 결혼을 해서 발달장애 아이를 낳아 고군분투하는 분들도 많고, 사춘기 아들의 심한 반항에 쩔쩔매는 분들도 있었다. 사회에서는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데 집에서는 배우자와 싸우지 않고 대화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고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력만 하면 뭐든 잘 되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사업도 직업도 잃어버린 분들도 있었다. 이렇듯 인생엔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았던 일들이 터진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사건과 사고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어린 시절엔 공부도 못하고 사고도 많이 치고 부모를 힘들게 했던 분들 중에 우연한 기회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분도 있다. 마냥 어리고 철없어 보이던 아이가 자신의 가족을 만들고 책임감 있게 가족을 꾸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 또한 불안하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따뜻한 남편과 전적으로 나를 응원하는 시부모님 덕분에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고 살게 되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 힘들 일이지만 비슷한 경험의 가족들을 알게 되고 그 안에서 기쁨과 소망을 찾아가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부분은 나의 노력이나 의지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좋은 대학을 보내고 좋은 실력을 키워야 아이들의 인생이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 믿고 하루 24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시키는 부모들을 보면 안타깝다. 아무리 그렇게 애를 써도 아이들의 인생에서 닥칠 Something great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혹은 반대로 남들처럼 번듯한 교육이나 지원을 해주지 못했다고 자책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는 자식과 함께 인생을 걸어가는 존재들이지 아이들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막아 줄 수 있는 전능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자라나는 세 아이들을 보면 부족한 점이 먼저 보인다. 그래서 그것을 채워주고 메꿔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할 때도 많았다. 더 많이 가르치고 알려주면 그들이 좀더 편하게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더 나아가 왠만하면 아이들이 쉽고 평탄한 길을 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길이 쉽고 평탄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인생을 되돌아보니 부모밑에서 성장한 것만큼 부모를 떠나서도 인간은 배우고 자라게 되어 있다. 그 여정을 좀 더 길게 여유 있게 보는 것이 아이들을 향한 조급한 마음이나 불안을 다스리는 길이었다.  그래야 오히려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몰아세우지 않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가 굳이 자갈길을 가야 한다면 그 길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고 성숙하고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 혹은 자녀가 아스팔트가 아닌 굽이 굽이 산길을 돌아가야 한다면 그 길에서 지치지 않도록 응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자녀의 인생을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하면 그들이 완벽히 잘 살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은 버려야 한다. 그건 어쩌면  무척 교만한 생각이다. 다만 앞으로 그 누구도 모르는 Something great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 여정을 묵묵히 함께 가는 것이 부모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복잡할 땐, 셀프토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