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좋아하는 거 뭔지 잘 모르겠어요.' 하는 분들을 만난다. 대부분 자신의 감정에 예민하지 않거나 혹은 책임감으로 모든 일을 감당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종종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막상 어른들의 충고에 따라 열심히 공부하고 전망 있는 전공을 택하고 대학에 왔는데 자신의 적성에 너무 안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또 막상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조차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건 자라나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자신의 기질이나 성향 혹은 재능을 찬찬히 탐색할 시간을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자신의 '진짜 자아'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안정적 미래'를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짜 자아를 찾고 싶고 발견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보통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
1.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는 것들이 보통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다.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어른들이 시키지 않아도 시간이 나면 혹은 자신이 시간이 내어 몰두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고 보통은 재능이 있는 일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리고 인형옷을 만들곤 했다. 우리 막내딸은 내가 그렇게 위험하다고 뜯어말려도 나무를 타고 위험한 놀이를 즐긴다. 몸으로 움직이고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심지어 말려도 하는 일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다.
2. 어렸을 때부터 쭉 관심이 있었던 일들이 좋아하는 일일 확률이 높다. 사람의 성향이나 기질을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어린 시절 자신이 언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는지를 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고장 난 라디오나 전자제품을 뜯어보고 고치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도 고장 난 전자제품을 그냥 버리지 못하고 다 분해해서 고쳐보려고 한다. 이렇듯 어릴 때부터 관심사가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3. 일을 하고 났을 때 죄책감이 아니라 뿌듯함이 드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다. 우리가 보통 즐기는 중독적이고 쾌락적인 일들도 좋아하는 일처럼 보인다. 과도한 쇼핑을 하거나,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 과도한 폭음이나 폭식 같은 것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게 되는 활동들이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잠시 쾌락을 위한 것인지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를 구별하는 방법은 나에게 성장과 뿌듯함을 주느냐에 있다. 공허함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음식을 즐기는 것과 맛있는 음식을 알고 그 음식을 만들어 보거나 남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기쁨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전자는 그 활동을 통해 성장이나 뿌듯함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후자는 자신의 경험이 자산이 될 수 있기에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 자신에게 뿌듯함과 성취감을 주는 것이 나의 자아가 원하는 일이다.
4. 그 일을 위해서 어려움과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진정 좋아하는 일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기에 멋있어 보이는 일에 끌리기도 한다.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하고 싶기도 하고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저런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은 그 일을 위해서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악기를 잘 다루기 위해 매일 연습을 해야 하는 시간을 견딜 수 있는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 지금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돈을 못 벌어도 스타가 되지 못해도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고백한 배우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에겐 연기야 말로 자신이 정말 평생을 두고 하고 싶은 일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그 일을 위해 내가 희생하고 어려움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다.
5. 새로운 경험은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내면을 모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사람의 재능이나 관심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새로운 환경이나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신도 몰랐던 자신 안의 관심사가 드러나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을 다양한 경험이나 인간관계들 속에 두어 보는 것도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관심사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이 생긴 것이 이십 대 후반을 지나서였다. 그전까지는 책을 읽거나 글쓰기에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그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이 재미있어졌고 글을 쓰는 데 까지 확장되었다. 따라서 살면서 얼마든지 새로운 관심사와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직접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은 물고기는 수영을 해야 살고, 원숭이는 나무를 타야 행복하다. 소는 풀을 뜯어먹어야 하고 호랑이는 사냥을 해야 호랑이답게 사는 것이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한다 하더라고 내가 무엇을 할 때 나다운지 언제 행복한지를 알아야 나를 돌보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