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맹글 Aug 19. 2021

쾰른 근교 나들이 - 뒤셀도르프

우리의 주목적은 ‘리틀 도쿄’에 있는 일식집에서의 점심식사

화창한 금요일이었다. 여름휴가 시즌이 슬슬 끝나가면서 독일은 다시금 레스토랑 안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는 빠른 테스트 (Schnell Test)를 하고 받은 음성 결과지 혹은 QR코드가 필요하게 되었다. 아직 2차 예방 접종을 맞고 2주가 지나기 전이었기에 아침 일찍 집 주변에서 빠른 테스트를 받고 친구 부부네와 만나 뒤셀도르프를 다녀왔다.


쾰른에서 뒤셀도르프는 기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이며 ‘리틀 도쿄’라고 불리는 일본 거리가 있어서 인지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이도 많이 사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주변에는 한식당도 많이 있고, 그곳에서는 동양인이 주류가 되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친구는 초밥을 못 먹은 지 벌써 3년이 되어 맛있는 초밥이 먹고 싶다고 예전부터 노래를 불렀었고, 우리는 아직까지 쾰른과 본에서 맛있는 초밥집을 찾지 못했기에 일본인이 직접 운영한다는 일식집을 향하여 뒤셀도르프로 나들이를 떠났다. 그리고 디저트로는 일본식 빵을 판다는 빵집까지 단단히 체크를 한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기차에서 만났다. 고기보다는 생선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초밥을 오랜만에 먹게 되어 제발 한국이나 일본에서 먹던 맛이길 간절히 원하며 다녀온 것 같다.

라인강 주변 산책한 길에서

뒤셀도르프에 약 11시 반쯤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식당으로 가지 않고 라인강을 따라 항구가 발달된 관광지역을 조금 산책하였다. 산책 후 배가 슬슬 고파질 때쯤, 지금 먹으면 엄청 맛있을 것 같다 싶을 때쯤 식당을 향하여 빠른 걸음으로 걸었고 이윽고 식당 근처에 도착하였을 때는 정말 동아시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동양인이 많았다. 거기다 한 블록에 한 개 이상의 일식당이 있어 말로만 듣던 리틀 도쿄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번에 찾아보고 간 곳은 ‘Yabase’라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었고 가게 밖으로는 줄도 꽤 길게 서 있었다. 주말도 아닌 금요일 점심에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다행히 우리 앞에서 줄을 서 계시던 독일분께서 테라스가 아닌 식당 안에 들어가서 먹는 것은 코로나 테스트 결과지가 있다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꿀 같은 정보를 주셔서 우리는 바로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말을 타고 순찰 중인 경찰을 발견하였다

앉자마자 받은 따뜻한 말차와 함께 일본어 가득한 메뉴판과 종업원 전부가 일본인이라는 점에서 정말 일본 가게에 온 느낌을 물씬 받을 수 있었다. 초밥뿐만 아니라 가츠동, 우나쥬, 치라시동 등 다양한 메뉴들과 함께 오늘의 추천 메뉴까지 있었기에 고르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우리는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골랐고 드디어 우리 입에 딱 맞는 진짜 초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생각나고 다시 가고 싶은 맛이었기에 게 눈 감추듯 다 먹은 것 같다. 식당 안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였기에 소리들이 울려 조금 정신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은 지금까지 독일에서 먹은 초밥 중에 최고였다. 밥을 먹는 와중에 한 독일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테이크 아웃을 하기 위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직접 찾아왔다며 불만 아닌 불만을 터트리며 주문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유명한 맛집이었구나, 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각자의 음식들과 나의 초밥세트

밥을 다 먹고 기분 좋은 상태로 우리는 찾아 놓았던 빵집으로 향했다. ‘Bakery my heart’라는 곳이었는데 맙소사! 빵이 다 팔려나갔다며 오후 3시가 되지도 않은 시점에 문을 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랜만에 초코소라빵과 멜론빵 등 부들부들한 빵을 먹을 생각에, 집에 왕창 사서 돌아갈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차선책으로 독일 카페인 ‘Konditorei Heinemann’으로 향하였고 2층 조용한 곳에 자리 잡아 독일식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남은 수다를 떨었다. 이곳은 케이크 종류도 다양하고 1층에는 선물용 초콜릿도 아기자기하게 많이 있어 구경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커피 맛은 아리송하지만 케이크만큼은 따따봉이다.

내가 고른 산딸기 케이크

마지막으로 산책 겸 근처에 있다는 괴테 박물관을 가보았다. 괴테 박물관은 프랑크푸르트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뒤셀도르프에도 있다고 들어 반가운 마음에 방문하였다. 입장료는 4유로, 학생증이 있다면 2유로였고, 18세기 작은 성 같은 곳을 개조하여 1, 2층에 괴테의 일생과 업적을 전시하고 3층은 그대로 보존하여 연회장 같은 분위기의 방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괴테가 시, 소설을 쓴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빛으로 무지개 색 등을 연구하고, 돌과 식물을 모으며 연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분이었다는 게 놀라웠다. 뒤셀도르프와는 어떠한 연관을 가지고 여기에 이렇게 박물관이 세워졌는지는 미지수지만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외부에서 바라 본 괴테박물관과 3층의 연회장

뒤셀도르프는 갈 때마다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소이다. 나에게 있어 뒤셀도르프는 쾰른보다 더 깨끗하고 좀 더 평화로워 보여서 일까, 언젠간 뒤셀도르프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아마 독일어보다 일본어가 편한 나에게 ‘리틀 도쿄’는 또 하나의 고향 같은 느낌을 주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이 근처에 사시는 분 중, 한식과 일식이 그리울 때면 꼭 ‘리틀 도쿄’를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