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극적으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
코로나가 다시금 온 세상을 휘저으며 다니고 있다. 네덜란드는 미니 락다운을, 오스트리아는 강경 락다운을 실시하였으며, 독일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모두 준비하고 있었지만 바이에른 주는 급히 마켓이 취소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쾰른은 11월 11일 11시 11분, 카니발의 시작을 알리는 이 날, 작년에 못 한 한을 풀듯 사람들은 코스튬을 하고 카니발에 참여하였기에 쾰른 또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엄청 하였다. 사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없다면 유럽의 겨울을 나기가 참 어렵다. 해는 늦게 뜨고, 4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지며 비가 오는 날이 많고, 비가 오지 않더라도 우중충한 나날들이 계속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고 밖은 안 나가게 되며 우울한 기분이 온몸을 감싸버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심 가득한 나에게 크리스마스 마켓이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 주고, 그 따뜻하고 활기찬 모습들과 밝은 데코레이션은 나의 마음까지 밝게 비춰준다. 그리고 올 한 해도 무사히 지나가는구나, 라는 것을 느끼며 감사함까지 가져지니 집 안에서 움츠려만 있다가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면 자진해서 밖으로 나가게 된다.
11월 22일에 대부분의 쾰른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고, 근처의 다른 도시는 24일부터 다시 마켓이 닫힌다는 소식까지 연거푸 들렸기에, 쾰른의 마켓도 곧 왠지 닫힐 것 같은 불안감이 언습해왔다. 바로 친구에게 연락하여 이번 주에 마켓을 가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였고 우리는 마켓이 열린 다음날, 23일에 Neumarkt에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을 시작으로 Dom 앞에 열리는 제일 큰 마켓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우리는 Neumarkt에 도착하자마자 올해의 크리스마스 마켓 컵을 찾아다녔고, 친구는 Apfelpunsch, 나는 Glühwein을 마셨다. 아마 작년 브런치 글에 Glühwein에 대한 이야기를 썼던 것 같은데, 와인에 여러 과일과 시나몬을 넣고 끓인 음료인데, 끓였지만 알코올 도수는 날아가지 않았으니, 요 주의! 친구가 마신 것은 사과주스를 끓인 것 같은 맛이라고 하였고 알코올이 들어가 있지 않은 음료였다. 이러한 음료를 사면 그 해의 마켓 컵에 담아주는데 컵 값은 보통 3유로 정도이고, 음료를 살 때 같이 지불해야 한다. 물론 음료를 다 마시고 되돌려주면 3유로를 다시 돌려준다. 웃긴 건 이 날 내가 받은 컵은 2020년, 친구가 받은 컵은 무려 2015년도 컵이었고, 우리는 음료를 다 마신 후, 다시 찾아가 2021년도 컵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물론 있다는 말에 바꿔줄 수 있냐고 정중히 물어보았고, 당연하다는 듯 2021년 컵으로 바꿔주었다. 2020년에 열리지 못 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갖지 못했던 2020년 컵이기에, 2020년과 2021년 컵 두 개를 가질까 고민도 되었지만, 그래도 올해 마켓에 갔다는 의미로 가지는 것이니, 2021년 컵만 가져왔다. 그러고 보니 2020년에도 혹시나 열릴지도 모를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한 준비를 모두 진행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처럼 다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길 간절히 바랬겠구나, 얼마나 마음이 허전했을까, 라는 생각이 드니 잠시 조금 슬퍼지기까지 했다.
냄새에 유혹당해 쿠키들도 사고, 음료와 함께 저녁거리로 소시지와 감자튀김도 먹고 배를 통통 두들기며 기분이 더욱 좋아진 우리는 Dom으로 향했다. 쾰른 돔 앞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쾰른에서 제일 큰 마켓인 것 같다. 중앙에는 조그마한 공연장도 있고, 마켓을 감싸는 크리스마스트리도 있으며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을 볼 수 있다. 거기다 각 마켓마다 자신들의 특징을 담은 컵을 선보이기에, 우리는 돔 크리스마스 마켓에 도착하자마자 또 올해의 컵 디자인을 확인하기 바빴다. Neumarkt 마켓의 컵은 좀 더 깔끔하고 어른용이라면 Dom 마켓의 컵은 아기자기 알록달록인 아기용으로 나에게는 Dom 마켓의 컵이 더 이뻐 보였다. 나는 또다시 컵을 얻기 위하여 kinderpunsch를 주문하였다. kinderpunsch는 체리맛 주스를 끓인 것 같은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음료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도전을 해보았지만 아쉽게도 나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거기다 올해의 Dom 마켓의 컵에는 연도가 적혀 있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음료를 다 마시고 컵도 반납하였다. 아마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큰 작년 마켓을 준비하며 연도를 빼로 만든 것은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Dom 마켓의 다양한 가게들을 구경하며, 친구는 남자 친구 가족분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는 베프 아기에게 줄 인형과 한국 집에 가져갈 선물을 사고 돌아왔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을 최대한 피해서 다니려고 신경 쓰며 다녀서 그런지 금방 피곤해져 버렸지만, 오랜만에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몇 번이나 반복된 정말 행복한 저녁이었다.
그나저나 집에 돌아오고 생각해보니 Heumarkt와 아이스링크장을 보지 못 했다는 걸 깨달았다. 조만간 다시 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