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선생 Nov 28. 2022

草선생

산티아고... 왜 가는가?


스페인의 수호성인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은 약 800km에 이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프랑스와 접경에 위치한 가톨릭 순례길이다.

종교와 국적에 관계없이 수많은 이들이 순례의 길을 걸으며 내면의 변화와 진실을 찾고자 떠난다.  


갈아입을 옷, 한두 권의 책, 오랜 기간 버텨낼 각종 생필품 등으로 꾸려진 커다란 배낭을 어깨에 메고 머리에는 벙거지 모자, 신발 끈을 꽉 조인 묵직한 등산화, 그리고 두 발로 오르내리막 길과 평지를 줄기차게 걸어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생각이 생각을 나누고, 손과 발을 비벼가면서 야고보에게 다가가려 고개를 떨구고 묵묵하게 또는 서로의 힘을 북돋우면서 앞으로 멀리 내디딘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점을 밟고서 세상을 향하여 두 손을 합장하거나 위로 쳐들거나 땅바닥에 꿇고서 눈물을 흘리는 등 온갖 방식으로 각자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 후에는 책, 인스타그램, 블로그, SNS에 눈부신 현장의 사진을 올리고 자신이 체험한 바를 타인과 공유하고 하며, 혹자는 서양인과 부둥켜안거나 어깨동무하는 모습남기려고 하는 등… 상당 기간을 두고두고 화젯거리로 쌓아두기도 한다.

도대체 ?


우리 땅 구석구석 부처가 모셔진 선사로의 산길이 있고, 나지막한 십자가, 예수와 성모 마리아… 죄지은 우리를 따스하게 품어주는 소박한 성당을 지나는 솔밭 길, 금빛으로 반짝이는 한강 그리고 멀리 이어지는 낙동강을 끼고서 뻗어있는 나들길 둘레길 올레길 또는 언덕배기 옆으로 가지런한 나무와 풀, 새가 날고 수많은 곤충들의 날개 부비는 소리 머물러 오고 가는 이들에게 살아가는 의미와 나눔의 가치, 신앙의 참 진리를 느끼도록 하는데, 이역만리 스페인까지 엄청난 짐꾸러미를 바리바리 메고서 구슬땀과 먼지를 먹는 오랜 걸음은 참 순례가 되는 것인가?


유럽의 성당, 아시아 곳곳의 사원, 아프리카에서의 선교는 우리 산하에서 이루어져도 이제는 충분치 않은가?

멀리보다 가까이에서 하늘님께 다가가는 땀 흘림이 더 소중한 일상 아니겠는가?


산티아고도 좋으나 합천 해인사, 통도사, 강화 성당, 당진의 합덕성당 등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도 의미 있는 순례이자 고요한 평정심을 누릴 수 있는 행로임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무 종교인으로서 늘 마음 한구석에 찬바람을 안고 살아가는 초 선생의 주름진 미간이 동막의 해안으로 밀려오는 푸른 바람에 조금씩 반듯해지는 오늘, 이곳에서의 찬찬한 걸음은 참으로 소중하다.

집으로 걷는 草선생 발바닥

따끔거리니

여지없이 물집이 생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草선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