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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선생 Nov 30. 2022

草선생

산다는 것


어떠신가 오늘은?


칼바람 추위,

경찰 헬기 진'저항' 쌍용차 노조

정당 행위 대법원 판결,

화물차 파업,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카타르 월드컵,

찹찹한 하루... 政治 똑바로 해라 이놈들!


늙고 추레한 남, 여 두 분이

카페로 들어섰다


한 손에 작은 봉투를 든

할머니가 구석진 테이블로  

걸어가자 두리번거리며

할아버지도 주춤 따라 앉는다


돈가스 두 개요


할머니가 주름지게 미소 짓자, 草선생 휑하니 주방으로 달려가 빵가루 묻힌 돼지고기를 기름통에 넣고 곱게 채 썰은 야채, 흑미밥, 양파즙 소스를 가지런히 줄 맞추어 바삭 튀겨진 등심을 넓은 접시 위에 살짝 놓았다


앞치마를 반듯하게 손 보고 다시 휑하니 두 사람 앞으로 접시와 피클, 김치를 놓고 '맛있게 드세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돌아서려는데 할머니가 봉지에서 팍한 빨강초 두 개를 꺼내어 돈가스 가운데 꽂고 성냥을 '칙칙' 긋는다


돼지고기 위에 '초' 타는 모습


아!

대체 무슨 행위, 설치 예술인가


草선생이 두 사람을 빤히 보는데,

할머니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부탁한다


오늘이 우리 결혼식 날이에요


이놈의 불협화음


어색한 웃음과 소극적 몸짓,

렌즈 안으로

두 사람의 세월이 들어온다


草선생 눈으로 물기가 적신다


인생은 이다지도

뜨뜻미지근한

부뚜막이구나


체감온도 영하 11.4도


갈빗대 아래에서

불꽃이 쳐 오르는

결코 뜨거운 밤이다



이렇게 부버는 '인간과 인간 사이' 즉 '함께'를 정의한다. 오직 하나, 온갖 것을 포괄하는 사랑만이 현존적이며, 그 황홀경에 다다를 때 현실은 신을 넘어선다


노동하는 인간, 땀으로 자기 검열을 받는 삶은 가끔씩 세상을 안개의 늪으로 파묻어버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철학적 사색의 세계로 우리의 숨을 깊이 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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