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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Mar 04. 2023

김지현 - Speech

개인 앨범 소개

안녕하세요. 김지현입니다. 브런치에서 이런 형태로 글을 쓰는 건 처음있는 일이네요.

3월 3일, 현재 기준으로 어제 저의 세번째 앨범이자 첫번째 개인 앨범이 발매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제 실물앨범(CD)에 들어가는 내지 글을 올립니다. 

혹시라도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긴다면, 들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카카오뮤직 사정으로 멜론 등의 몇몇 서비스에서는 월요일부터 스트리밍이 가능합니다.



소개글 & Credit 

두 곡을 제외하면, 이 앨범의 모든 곡들은 모두 내가 읽은 책과 영화에서 발견한 말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나는 세상이 갈수록 말하는 법을 잃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쌓아올린 귀중한 말들을 보존하고 싶었고, 이 음악을 듣는 당신도 당신만의 말을 하길 바랐다. 앨범의 제목이 ‘Speech’ 인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은, ‘Speech’라는 단어 뒤에 느낌표가 숨어 있는 셈이다. 


Boy, If Life Were Only Like This – Annie Hall. Woody Allen.

마셜 매클루언이 등장하는 그 장면이야말로 내가 평생을 바라며 꿈꿔온 현실이다. 


You’re Gonna Miss the Jaguar Shark – 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 Wes Anderson.

성취는 상실이다. 재규어 상어는 발견되지 말았어야 했을까. 


Prophetic Skepticism – 예언적 회의. 모리스 블랑쇼.

사건에 앞서 미리 성취되는 인식이라면, 회의는 부정이 아니라 예언이다.

 

Beneficial Alienation – 유익한 소외. 발터 벤야민.

소외는 종종 유익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치열하며 소란스러울 수 있다. 


I See the Worst in People – There Will Be Blood. Paul Thomas Anderson.

악인의 입을 통해 나의 내면이 폭로될 때 마주치는 슬픔과 당혹감. 


The Age of Porn – 포르노의 시대. 나의 말.

욕망을 욕구로 열화 시키고, 그 욕구의 지체 없는 실현을 추구하는 것이 포르노라면, 우리는 포르노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Is Spelled with a Silent ‘D’ – Django Unchained. Quentin Tarantino.

없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얻는 정체성. 


Harmonious Weakness – 조화로운 연약함. 스테판 말라르메.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삶은 없다. 삶은 누구의 것이든지 연약하고, 연약하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만 한다. 나는 조화로운 연약함이라는 말을 말라르메를 통해 발견했고, 제주도의 어느 바닷속 풍경을 통해 배웠다. 


The Whole of Philosophy is Only a Meditation of Shakespeare – 모든 철학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각주가 아닐까 한다. 엠마누엘 레비나스.

수많은 시간을 바쳐 얻어낸 철학적 진리가 결국 셰익스피어의 대사 한 줄로 압축되는 결말 또는 귀결에 대하여. 


His Layup(dedicated to my little uncle) – 이 앨범의 주인공에 대하여.

 정병인은 나의 작은외삼촌이다. 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다. 진솔하고 솔직하며, 실패에 묶여있는 대신 다음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살피는 사람이다.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행동하는 데에 용기가 있으며, 이치와 원리를 따져 필요한 것을 얻었다. 그래서 그보다 많이 배운 이들보다 나았다. 내가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하려 할 때 찾아간 조언자도 그였다.

 그는 책을 읽는 대신 책을 읽는 사람들과 대화하여 지식을 얻었으나 정작 내게는 백과사전을 사주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들의 의견을 따르는 대신 자신의 주관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 음악을 배우는 대신 경험하여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웠다. 내게 비틀즈와 티렉스, 반젤리스, 팻 메스니와 키스 재럿, 토미 플래너건, 스티브 킨들러를 알려준 사람이며, 셀로니어스 몽크의 열렬한 옹호자이기도 하다. 

 그는 아끼는 이들에게 사랑한다고 음성으로 고백할 줄 아는 사람이며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이들을 보기 위해 먼저 찾아가는 사람이고 그걸 수고로 치지 않는다. 그런 일로 자존심 상하지 않는다. 

 한 때는 좋은 책을 펴내는 출판사를 이끌었던 사람이고, 끝에 이르러 다른 일을 선택했다. 그는 천공기사로 일했다. 그리고 2022년 1월 29일,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로 더 이상 만질 수는 없는 몸이 되었다. 그를 찾는 데는 5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내게 농구를 알려주었다. 레이업 슛을 가르쳐 줄 때 그의 몸이 골대를 향해 둥실 떴다가 내려오던 모습을 아직 기억한다. 나는 그가 날아간 것 같다. 슛을 할 때처럼 둥실 날아가서 아직 내려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기다리는 중이다. 내려오길. 얼른 내려오길. 내려와서 같이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고 웃고 얘기하길. 아니면, 나중에 내가 올라갈 때가 되면 그 때 같이 못다한 것들을 함께 하길 기다린다.  


Credit

Kim Ji Hyun – Composer, Piano, Primary Artist

Yeo Hyun Woo – Sax(Tenor)

Kim Sung Su – Bass

Manuel Weyand – Drums

Yonggeun Kim – Recording Engineer

Jung Hyae Lyn – Cover Design, Design

CrossDissolve – Mix&Master

General Choi – Mix

Recorded at Yireh Studio in Seoul on December 5, 2022


애플뮤직

https://music.apple.com/kr/album/speech/1675234336


바이브

https://naver.me/FM6P0ZX7


유튜브뮤직

https://music.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XHJOcZ3bAXn-MTURYjcXYD-LZlPP7rxE&feature=share


지니뮤직

https://www.genie.co.kr/detail/albumInfo?axnm=8356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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