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브런치 작가라고 말을 못 하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사실 내 글이 좀 부끄러웠다. 내 글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뭐 사람들 인기를 얻어보겠다고 글을 써보려 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글을 올릴 때마다 조회수나 좋아요에 신경 쓰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쓰다 보니 애매한 글들이 탄생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현실의 나를 유추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정제하고 개인적이거나 세밀한 묘사를 덜어내다 보면 자연히 식상하고 고루한 글들이 남았다. 요즘엔 부캐가 유행이라는데, 현실과 좀 다른 나의 모습을 담는 게 뭐 어떤가 싶어서 아예 컨셉 잡고 가볼까도 했지만 부캐도 아무나 갖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분명 현실의 나는 유쾌하고 웃긴 사람인데 (나 정도면 웃긴데..? 착각이었나) 글로 읽어보면 이렇게 진지하고 지루할 수가 없었다. 글 쓰는데 자꾸 힘이 들어갔다. 잘 쓴 글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어느 날은 너무 진지했고 어느 날은 너무 들떠있었다.
감정 간의 절충이 잘 되지 않아서 결국 내 글은 계속 산으로 갔다. 이거 같은 사람이 쓰고 있는 글 맞나 싶을 만큼, 주제가 사방으로 튀었다. 주제는 달라도 결국 내 얘기라고 우겨오긴 했지만 나란 사람 참 다채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뾰족한 수가 없다. 인정해야 했다. 개성 없는 내 글은 개성 없는 나를 닮은 것임을.
아? 개성 없는 게 내 개성인가..?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감추고 싶은 마음. 부족한 게 많아서 주변에 말하긴 부끄럽고 그렇지만 익명의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은 참 모순적이다. 결국 관심받고 싶은데 너무 부끄러운 거라고.
브런치 발행을 누를 때마다 운 좋게 메인 화면 같은 데 걸려서 좋아요 우수수 받는 상상을 해버리곤 한다. 구독자도 막 올라가고요.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상상 만으로도 짜릿하다. 내 글, 어쩌면 괜찮을지도?
"글 몇 개 올리더니 도통 안 올라오던데?"
"글이 생각보다 별로던데"
부끄러운 마음, 그 심연에는 끈기가 부족한 나 자신에 대한 불신, 혹여 타인에게 비난받거나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근데 생각해보면 결국 내가 나한테 하는 쓴소리인데.. 생각보다 사람들 나한테 관심 없는 거 알잖아..
사실 누군가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인데 그 자체로 대견해 할 수는 없는 건가. 30년을 열심히 탐구해왔는데도 여전히 내 맘을 모를 때가 있다. 개성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뭐가 그렇게 신경 쓰이나. 못해도 그만, 잘해도 그만인 것을..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