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7시가 좀 넘어 도어락이 스르륵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이 현관으로 달려간다.
"아빠, 다녀오셨습니까?" 어쩌구저쩌구^^
잠깐의 소란이 지나고, 내가 무얼 하고 있었든 간에 모든 일을 내려놓고 그에게로 간다. 그리고 자켓을 벗는 그에게 안아줘~~~라고 말한다.
10년째의 퇴근의식.
온종일 회사일로 시달렸던 그를 안아줘도 모자랄 판에, 나는 되려 안겨서 하루를 보상 받는다. 순간이지만 그 시간이 정말 좋다. 바라보는 아이들도 이젠 당연한 일인듯, 절대 방해하지 않는다.
오늘은 결혼 10주년이다.
10년이란 시간이 무엇인지. 나는 여전히 그가 좋다.
여전히라는 표현이 틀렸나. 더욱 그가 좋다.
돌을 던지면 기꺼이 맞아 줄게.
그가 좋은 건 사실이니까.
어느 날은 곤히 자고 있는 이 남자의 얼굴을 보며, 한 날 한 시에 함께 세상을 뜨고 싶다는 바람을 나직이 읊조린다.
그러다 빈 옆자리를 나도 모르게 상상해버리고, 그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얼굴 가득 울음이 차오른다.
10년이란 세월은 그런 것이었겠지.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동안 우리도 지지고 볶았다.
다만 비난으로 마음을 상하게 했다거나, 목소리를 높여 다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늘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애써 왔고, 여전히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왔나 보다.
10년이 지난 오늘, 우리 곁엔 아이 둘이 함께다.
사랑의 결실이라 생각하기엔 부모의 자리가 우리를 지치게도 하지만, 그 길을 함께하는 당신이 있으니 다 괜찮다.
10주년, 약속했던 발리행은 기약없이 미뤄졌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결혼기념일은 11주년, 12주년 각기 다른 숫자를 달고 찾아올테지. 그래도 10년을 함께 살며, 더 바랄 것도 버릴 것도 없었으니 그걸로 큰 선물을 받은거라 믿는다.
하지만 믿음은 믿음일 뿐!
과연 오늘 저녁 퇴근길 그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을지. 작년처럼 꽃다발?
잿밥에 관심이 많아진, 나도 이젠 영락없는 10년 차 아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