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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지망생 Jul 10. 2024

난 한 달 뒤 자살한다 (최종회)

끝나지 않을 이야기

그냥 미치도록 글을 쓰고 싶어서 글을 쓴다

아마 이 글을 올릴 때 난 대도시에 있을 듯 싶다

혹시라도 내가 있을 곳을 밝히기 싫어 한국에서 먼 어느 나라라고 하겠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은 2024년 6월 20일 목요일이다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오늘 환급금이 들어왔다

이 낯선 곳에 떨어진 3일째 되던 날 카지노에서 말도 안되게 날려버린 1900불 (약 260만원)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70만원)- 현재의 나로서는 거의 15일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큰 돈이다.

이로써 나에겐 이제 약 120만원이 생겼다

운좋게 25일까지 예전에 빌려준돈과 친구가 돈을 보내준다면 (기대는 거의 하고 있지 않다) 약 220만원이 생기는 것이다

불과 8일 전 마닐라에서 돌반지를 팔고 내려왔을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이 이 이름모를 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내일 대도시의 한인 하숙집으로 떠난다

15일간 최대한 돈을 쓰지 않고 (하숙비 40만원정도 제외)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할 예정이다     

오늘 이곳에서 작은 보트를 빌려타고 나가서 조난을 당했다

진짜 죽는 줄만 알았다     

돈 떨어지면 죽으려고 했지만, 막상 죽음의 상황이 되자 너무 무서웠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로 잘 돌아와 내가 준비한 한국 떡갈비와 삼겹살을 집주인과 가족들에게 대접하고 한국식 쏘맥도 말아주었다

이 곳 바닷가 마을 다른 곳에서 첫날 사고친 뒤 제대로 마시는 두 번째 술이었다

알딸딸하게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좀 쉬다가 숙소 바로 앞 바다로 뛰어들었다

밤바다는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버티다 버티다 돈이 떨어지면 소주 2병 먹고 그냥 바닷가에서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술에 취해서인지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다만 아직은 돈이 남았으니 굳이 죽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느낌?

다시 오랜만에 내일이 기다려진다

일단 15일간 최대한 버틸 생각이다

일단 10일 버텨보고 비자 연장여부를 결정하겠다

카지노에서의 생활 룰렛이 가능한지 딱 천페소로만 시험할 생각이다

휴대폰이 필요하긴 한데 싼 스마트폰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생가해보면 굳이 꼭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대도시에서 폰을 수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자야할텐데 잘 수 있을까 모르겠다


     

2024년 6월 25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

일단 6월 22일 밤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예전에 묶었던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나는 체류비를 아끼기 위해 방을 찾다 페이스북에서 캡슐방을 보게 된다

일본의 캡슐방을 생각하고 갔지만, 그곳은 정말 최악이었다

방값은 말도 안 되게 쌌지만 (2주에 2천페소- 우리돈 5만원 –하루 묶는데 3500원정도이다)

휴대폰을 물에 빠뜨려 사진이 살아날까 모르겠지만, 그냥 길쭉한 사물함이다

키가 178cm인 내가 누우면 머리와 발이 닿는 그런 관을 생각하면 된다

처음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버텨볼 생각으로 가긴 했지만, 사실 하루도 묶은 적은 없다

그날 저녁 카지노를 돌면서 초반에 돈을 조금 땄다

거기서 멈춰야 하지만, 뇌가 망가진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절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비상금 3만페소를 꺼냈고, 무리한 베팅으로 5500페소만 남았다

잭팟에 100페소, 페어에 4400페소를 베팅하고 앤티에 500페소를 놓았다.

그 때 난 이거 잃으면 바로 마닐라 베이로 가서 빠져죽을 생각이었다

기적적으로 스트레이트가 들어왔고, 계속 무리한 베팅 속에 운이 좋게 스트레이트플러시가 들어와 나의 총 자금은 76000페소가 된다

76000페소면 이곳 사람들 6달 봉급이니 우리나라로 치면 1200만원쯤 되는 큰 돈이다 여기서는...

일단 그 돈 중 18000페소로 괜찮은 숙소를 2주 선지불한다

그리고 2주간 카지노를 안 갈까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할 일이 없다

돈이 없으면 당연히 하고싶어도 할 일이 없고, 돈이 있으면 도박만 하고 싶다. 그 외의 일들은 흥미가 없다.

숙소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보거나 아니면 마닐라 여행을 하는 것 등이 아무 재미가 없다

도박을 할 때 가장 재미있고 도박을 하고 있는 동안 (돈을 잃든, 따든)은 목도 안 마르고 잠도 안 오고 화장실도 참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멈추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순간은 돈을 다 잃고 난 후이다

23일은 그냥 숙소에서 하루 자기만 했다

24일 어제 아침부터 숙소 근처 카지노에서 2천페소를 땄다

한국으로 쳐도 하루일당이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겠지만 나의 발걸음은 더 큰 카지노로 향한다

시작은 7천페소였다.

다 잃고 빡쳐서 8천페소를 추가로 꺼냈다.

어차피 그것들을 다 잃어도 여전히 나는 딴 것이 많았기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으리라.

15000페소를 잃고, 다시 또 비상금 5만페소를 꺼낸다.

그것들을 다 잃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리한 베팅의 결말은 항상 위기의 순간이고 두 번쯤 만회의 기회가 있어 64000페소쯤이 된다.     

그동안의 많은 경험과 수많은 도박꾼들의 경험에 비추면 그 날은 그게 한계이다. 거기서 멈춰야한다. 하지만, 거기서 멈출 수 있는 놈이었다면 멀쩡한 직장 때려치우고 가족들과 인연 다 끊고 마닐라까지 날아와서 생활카지노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짓말처럼 다 잃었다. 

남은 돈은 1470페소

그것도 두 곳의 카지노에서 각각 500페소, 700페소 룰렛으로 날리고 남은 돈은 270페소

카지노에 빠졌던 초반에 느꼈던 허무함은 없었다

그냥 이제 죽으면 되는거고, 언젠가는 닥칠 일이 조금 빨리 왔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별 감흥도 없었다.

그냥 아직 날이 밝았기에 아무도 모르게 빠져죽으려면 밤까지 기다려야 되는데 그게 좀 지루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0년 6월 필리핀 마닐라 카지노에서 몇시간만에 천만원을 다 잃고 부모님한테 혼날까봐 무서워 무작정 정신과 폐쇄 병동에 찾아가 입원을 했다 

중간에 다시 술을 마시고 2011년 2월28일 두번째 입원을 한 다음 2024년 6월 8일 오전9시까지 금주를 했다

(제대로 된 단주는 아마  2011년~2014년의 초반 3년이 다일 것이다)

2024년 6월 8일 오전9시 다시 필리핀 마닐라 카지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결심했다

이제 나는 살아서는 다시 한국으로 오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난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기내에서 주는 맥주 한 캔을 다 마셨다

솔직히 아무 느낌이나 감흥이 없었다

13년 4개월간의 금주 기간 중 술이 들어있는 줄 모르고 잠깐 입에 머금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면 뱉어내던 불쾌함도 없었고 죄책감도 없었다

그냥 술이었고 솔직히 맥주란 것을 처음 먹었던 때처럼, 별 느낌이 없었다

(금주 기간동안 다시 술을 입에 대면 심장발작이 날 수도 있다고 걱정했었다)

이번에 카지노로 가져간 돈은 처음보다는 작았다.

미화 2400불정도 (약 300만원이다)

첫날은 카지노에 가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 돈으로 가능한 오래 필리핀에서 버틸까 궁리를 했다

생각보다 필리핀 물가가 많이 올라 처음 계획했던 두 달을 버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둘째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카지노에 갔지만, 역시나 결과는 똑같았다 

처음처럼 모두 다 잃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 수중에 남은 것은 200불밖에 되지 않았다

솔직히 이때 돌아왔었으면 어땠을까도 생각한다.

술을 다시 마시고 있어서인지 과거의 행동을 되풀이했다

지인들에게 모두 연락하여 외국에 나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뻥을 치고 10만원씩 보내달라고 했다

금주 기간동안 지인들이 많이 줄어 10명 정도에게 보냈는데 3명만 10만원씩 보내주고 한 병은 5만원을 보냈다

35만원이면 그래도 한 달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단 카지노가 없는 바닷가 마을로 간다

돈이 궁해지자 뻔뻔해진다.

예전에 안 갚아도 된다고 돈을 빌려줬던 사람에게 일부라도 달라고 생뗴를 쓰니 50만원을 보내준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바닷가의 유흥업소로 간다

여자를 살 돈은 부족하여 술을 진탕 마신다

이 때 소주를 마신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술에 취해 그곳 삐끼들과 시비가 붙고 유치장에 끌려간다

유치장에서 난동을 피우고 철창을 주먹으로 쳐서 오른쪽 새끼 손가락에 금이 간 듯 하다 (아직 병원을 못가서 잘 모르겠다)

다행인지 법적 처벌은 받지 않는다 (아직까지 필리핀은 술에 관대한 듯 하다)

내가 난동치는 모습을 현지 경찰이 영상을 찍어서 다음날 보여줬다

그 바닷가 마을에 있는 동안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때 난동피우다가 휴대폰이 바닷물에 빠져 액정이 나갔고 여분으로 가져간 옛날 폰을 쓴다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술도 안 마시고 그냥 숙소에 누워서 한국 드라마 (최민식 주연 카지노)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5일이 카드결제일이라 그날이 지나면 내 계좌의 돈은 모두 카드사로 넘어간다

다행히 6월 20일에 환급금 70만원이 들어온다

바로 마닐라 카지노로 가려다 평소 가고 싶었던 근처의 작은 섬에서 2박을 한다

에어컨이 없는 숙소였지만,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내가 계획한 것들은 모두 틀어졌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절대 두 달 못 버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카지노에서 얼마라도 보충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섬에서의 마지막 날, 나는 삼겹살을 사서 그 숙소 가족들에게 대접하고 한국 스타일이라며 소맥을 말아준다 (소맥은 내가 술을 금주한 다음 유행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처음 먹어봤다)

솔직한 맛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내가 취한 걸로 보였는지 주인이 계속 그만 마시라고 했다

시간을 딱 정하고 7시반까지만 마신다고 하고 혼자 소주2병, 맥주 1병쯤 마셨던 것 같다

방으로 돌아왔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술 김에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본다

한 10여통 건 것 같은 데 딱 한 명이 받았다

그냥 별 얘기도 못하고 돈이 떨어져 끊어졌다

술을 먹고 숙소 바로 앞의 바닷가로 들어간다

기분이 알딸딸하니 그냥 이 상태로 조용히 물 속에 들어가면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수중엔 승부를 걸 만한 충분한 돈이 있었기에 지금 죽을 이유는 없었고, 그냥 죽는다는 걸 쉽게 생각하게 되었다.

별로 고통스럽지도 않고 금방 끝날 것만 같았다.

다음날 마닐라로 다시 왔다 

바로 카지노론 가지 않고 혼자 이자까야에 가서 일식과 사케를 마신다

이제 좀 술을 마시는 것 같다 

내친 김에 집에 오는 길에 맥주 한 캔을 사서 먹는다 (이 때만 해도 이런 식으로 계속 술을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6월 22일이 되었다 (모든 것의 시작이며 끝이기도 한 날이다)

일단 최대한 오래 버티기 위해 엄청 싼 숙소를 찾는다

말로는 캡슐호텔이었지만, 그냥 관짝 같은 곳에 들어가는 곳 하룻밤 묶는데 우리돈으로 3천원인 숙소를 2주 잡는다

이제 이곳에서 버티면서 매일 카지노에 가서 조금만 따면 나오는 삶을 살기로 한다

수중에는 100만원 정도 있다 

매일 5만원만 따도 이곳에서는 충분히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70만원정도는 따로 복대에 꽁꽁 싸서 넣어두었다. 이 돈은 절대 오늘 꺼내지 않을거라 다짐했다 

하지만, 난 병신이다 (자제가 안 되고 머리가 망가진 병신이다)

뚜껑이 열리고 무리한 베팅을 하다가 나에게 남은 것은 딱 12만원이었다. 마지막에 그 돈을 모두 베팅하며 이거 잃으면 지금 바로 옆의 마닐라 베이에서 빠져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겁날 것도 없고 카드를 쫄 때의 흥분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카드가 들어와 60만원이 되었고, 그때를 시작으로 200만원 정도까지 만들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에게 문제는 술이나 도박 여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제대로 든다

돈이 없어도 할 게 없고, 돈이 있어도 할 게 없었다

원래 계획은 목표한 돈이 되면 카지노에 가지 않고 마닐라에서 열심히 영어공부하고 글쓰고 따갈로그어라도 공부해서 혹시나 필리핀에 정착하게 될 준비를 하는 것이었는데, 그냥 떠오르는게 도박밖에 없었다

술마시거나 여자를 사는 것도 관심이 없고 계속 도박만 하게 되었다. 

6월 24일 200만원을 가지고 카지노를 찼는다. 처음 목적은 20만원만 따는 것이었지만, 50만원 잃는다

어제의 짜릿한 승부가 다시 생각나서 150만원을 다 꺼내놓고 무리한 베팅을 이어간다. 물론 처음엔 다 잃을 생각이 없었고, 100만원정도 남으면 어차피 처음이니 그만하기로 했다

그렇게 될리가 없고 그 돈을 다 잃는다

이제 진짜 한 푼도 없다

기분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았다. 

수중에 남은 잔돈으로 룰렛 두 번 돌렸지만 당연히 모두 실패하고 남은 돈으로 택시를 탄다

어차피 내 도피여행의 끝은 죽음인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시기가 그냥 예상보다 빨리 왔다고 생각해서 담담했다 

단지, 아무도 모르게 빠져죽으려면 어두워져야 하는데 그 때 시간이 오후5시라 2시간 정도 바닷가에서 기다리려면 지루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죽을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두어진 후에는 바닷가 출입이 되지 않아 해변을 하염없이 걷다가 운좋게 개구멍을 발견하고 그리로 들어간다

진짜 미친 생각이지만,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호기심도 있었다

물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다시 단주를 할까 하는 고민도 잠시 했지만,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싫고 지난 13년간의 그 경험을 또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죽음은 나에겐 그냥 쉬워보였다

그냥 물에 들어가서 힘을 빼고 있으면 폐로 물이 차고 몸이 가라앉고 그럼 그냥 다 끝나는 일이었다

눈에 띄는 흰 옷을 입고 있어, 방파제 아래로 내려가 흰옷과 신발을 벗어 놓는다. 휴대폰과 여권도 옆에 둘까 하다가 그냥 둘 다 가지고 물로 들어간다

혹시나 들어가는 와중에 해안경비원이 나를 보면 어쩌나 그 생각만 했다.

방파제 쪽이라 돌들이 다 날카로웠다. 발이 그 돌칼들에 베여 피가 났지만 어차피 죽을 것이니 상관없었다. 

혹시나 내 마음이 변하여 금방 나올 수 없게 최대한 멀리 헤엄쳐 갔다. 바닥에 살짝 발을 넣어보지만,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죽기 딱 좋은 장소다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빨리 좀 편해지고 싶었다

46년 가까이 살면서 좋았던 때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후회와 불행이라고 생각해 그냥 다 떠내버리고 싶었다

며칠전 술을 먹고 뛰어들었던 때처럼 편안할 줄 알고 그냥 힘을 빼고 가라앉았다

코로 짠 바닷물이 들어오고 숨이 막히면서 정신이 번쩍 났다. 물 속으로 3미터쯤 가라앉았던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죽는게 무서웠다. 아니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었고, 53병동이나 내가 배신한 사람들을 다시 보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했다. 돌칼들을 밟으며 정신없이 옷과 신발을 챙겨신고 숙소로 걸었다

가진돈은 없기에 그냥 대충 방향을 정하고 2시간쯤 걸었던 것 같다

지금도 제대로 걸을 수 없다

그냥 말로만 죽고 새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영혼이 그 때 죽은 느낌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제대로 죽지도 못하는 병신이다

그런데 그런 병신같은 자식보고 살아서 오라는 어머니가 있다

솔직히 엄마한테 연락했을 때 너무나 무서웠다

"그냥 콱 죽어버려!"라고 할까봐

그럼 난 죽지도 못하는데 정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난 이제 죽지도 못한다


지금 나는 인천공항에 무사히 와서 곧 OO가는 버스를 탄다

내 영혼은 죽었다

그렇지만 죽지도 못하는 병신이라고 해서 살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아닌가? 




이 후에 시간이 좀 흐르면 제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고민해보고 그 과정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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