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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작 Feb 27. 2023

2023년 1,2월 별이의 말들

별님일기

1️⃣

쿠키가 들어 있던 틴케이스를 가지고 여러 가지 놀이를 한다. 우리 집에 들어온 모든 물건들은 별이에 의해 다른 용도나 모습으로 바뀌곤 한다. 금색 틴케이스는 세로로 세워져 스튜디오 놀이의 가장 핵심인 '카메라'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틴케이스가 바닥에 떨어질 때에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것을 별이도 알게 됐다. 한쪽 손이 미끄러지는 순간, 다른 쪽 손으로 반사적으로 케이스를 잡아낸 별이가 자랑스레 말한다.


"엄마! 나 아랫집 지킴이야! 대단하지?"


아이 키우는 집이라 생활 소음이 꽤 심할 텐데도 단 한 번도 싫은 소리 하지 않은 아랫집 가족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드린다.



2️⃣

별이는 코 파는 것이 취미다. 집에서야 파는 것을 매번 제지하지는 않으나 뒤처리는 깔끔하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중이다. 별이는 그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지나 보다. 아무 데나 버릴 때 엄마가 기겁하는 얼굴 표정도!


"엄마, 여기 코 팔 때 여기 딱딱한 거 있잖아. 이거 뭐야?"

"그거 코뼈야. 별이 코 안에 뼈가 있어서 그게 만져지나 봐."

"정말? 난 또~ 이게 코딱지 보관함인 줄 알았지!"



3️⃣

별이와 함께 디즈니 플러스의 <바오>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엄마가 빚고 키운 것의 상징임이 분명한 꼬마 만두가 결국 엄마를 떠나려 할 때와 그다음 엄마가 한 행동에 나는 또 예고 없이 눈물을 쏟았다. 별이는 나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엄마, 난 결혼도 안 하고 엄마랑 살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


엄마가 어떤 것 때문에 눈물을 쏟는지 별이는 이제 너무나 잘 아는 것 같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때가 될 때 훨훨 잘 보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일 텐데 아직 요원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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