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대신한 사이다~
요즘 경제적인 문제로 남편과 좀 트러블이 있었어요.
10년 만에 이사를 하려고 같은 단지 아파트를 덜컥 구매했는데, 정작 우리 집이 안 팔리는 거예요.
거래절벽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요즘 대출도 많이 안 나오고 남편 사업도 잘 안돼서 자금이 말라버린 거죠.
결국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급한불만 꺼놓은 상태예요.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사업자로 대출받아서 아파트형 공장을 사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물론, 실행에 옮긴 건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고 알아보다 말았다고 하더라고요.
(2년 연속 손실이라 대출이 안 나와서 중간에 포기한 거죠.)
저는 여기저기 돈 구하러 다니고, 다른 방법이 없는지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 일에는 별 신경을 안 쓰는구나 싶으니까 참 서운하더라고요.
이런 큰일을 앞에 두고 나만 고민하는구나 싶고, 왜 이 짐을 나 혼자 지고 있는지
화가 나서 언성이 좀 높아졌어요.
남편은 대출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만 본 건데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고,
저는 이 상황에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다른 계획을 세웠다는 것에 화가 난 거죠.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도 답답함만 느낄 뿐이었어요.
그때 고1 큰딸이 학원에서 돌아왔습니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는 큰딸은 살짝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묻더라고요.
대충의 상황을 얘기해 줬어요.
그랬더니 하는 말이...
"엄마, 남편감 하나 알아봐!"
남편과 저는 얘가 무슨 말을 하나... 0.5초 정도 멍~해 있는데,
지 아빠 무릎에 앉아 목을 끌어안으며
"아빠, 알아만 보는 건 괜찮지?"
그때서야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버릇없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빠랑 관계도 너무 좋고 워낙 웃긴 얘기도 잘하는 아이라
한참을 웃고 상황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어요.
요 녀석은 정말 저를 웃게 하려고 태어난 아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