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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Dec 18. 2023

'재능 없음'에 대한 공포

모쪼록 강녕하신지요. 전 그렇지 못합니다만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당선작이 발표되는 주가 시작되었다. 내 상태가 괜찮냐 누군가 묻는다면, 전혀 괜찮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선정되었다면 벌써 연락을 받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 또 떨어졌음을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한없이 침잠했다. 정말 자의식이 비대하구나! 감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를 바라다니..라고 누군가 비난해도 할 말은 없다. 어쨌든 나는 올해 너무나 간절히 바랐고 그만큼 타격이 컸다. 내가 될 것 같아서였기보다는 그만큼 탈출구가 절실했기에 실낱같은 희망에 너무 많이 기대고 있었던 듯하다. 


사진: UnsplashDev Asangbam



  지난번에 '성과가 없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대단하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더랬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 나가는, 대기만성형 사람들의 대단함에 대해 쓴 글이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나도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 엄숙히 선언까지 했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도전을 시작한 지 2년 차, 또 한 번 내가 쓴 글들이 그 어떤 출판사에서도 선택받지 못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드니 말이다. 


  단순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선정되지 않은 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우울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근본적으로 나는 글쓰기에 대해 '나는 재능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끝내 남들에게도 이런 평가를 받을까 봐 극도로 무서워한다. 글을 쓰는 것은 다른 것과 달리 내가 너무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고, 또한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일이기에 그만큼 이걸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든다. 


  또한 내가 그 못지않게 두려워하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그 어떤 기술이든 여러 번 반복해서 시도하면 숙련되어 처음보다는 잘하게 되건만, 글쓰기에는 그런 법칙이 적용하지 않는 듯하다(실제로는 많이 쓰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 <쇼코의 미소>나 장류진 작가의 소설 <미라와 라라>에서 써도 써도 늘지 않고 '지독히도 재능 없는' 수준을 맴돌기만 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면서는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자꾸만 그게 내 모습인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와 같은 생각은 하면 할수록 나를 더 수렁으로 끌어들이고 글쓰기에서 손을 놓게 만든다. 나도 알지만 요즘 같은 시즌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신춘문예에 응모하느라 바쁘게 보냈던 10월~11월이 가고 결과가 발표될 일만 남은 12월이 왔을 때 이런 감정 또한 찾아올 것을 예상하고 그에 대비했어야 했다. 대비하지 못한 채 받아들인 낙선의 감정은 차갑고 아프다. 이런 글을 쓰는 것 또한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한 번은 남겨놓아야 할 것 같아서 남겨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글을 쓸 것이다. 글을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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