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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고통.. 아니 아니 침묵의 고통

내가 쓴 글을 아직은 나만 볼 수 있다는 것


흥분의 연속이었던 출판사 담당자님과의 첫 미팅 후 나에게는 꽤나 기나긴 시간이 주어졌다. 바로 추가원고 작성을 위한 집필 기간(두둥).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에 선정되면 책이 바로 뿅 하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 것을 포함해 대부분의 브런치북들은 열 개에서 스무 개 내외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분량은 책 한 권으로 내기엔 다소 부족하다. 따라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추가원고 집필이 필요하게 되었다. 기존 브런치북 작성 내용을 토대로 추가할 만한 꼭지들을 편집자님과 논의하여 정하고, 추가 원고 작성을 시작했다.


이미 브런치북을 만들 때 덕질 관련 내가 가진 에피소드들은 다 이야기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퐁퐁 샘솟았다. 떠오른 아이디어나 소재들을 재빨리 노트 어플에 적어두었다가 잘 조합해 하나의 글로 만들어냈다. 책으로 나올 글이라는 전제 하에 글을 쓰는 마음은 새롭고 신기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남은 원고들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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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Beku Kanomi



하지만 추가 원고를 작성할 때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두 가지 문제 때문에 사실은 꽤나 힘들었다. 그 첫 번째는 나의 현생(!)이었다. 일이 바빴고.. 무엇보다 신경 쓰이게 하는 문제들이 많았다. 일이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 아니라 덜거덕덜거덕 거리며 앞으로 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무슨 업무든 한 번에 진행되는 게 없고 내가 두 번, 세 번 체크해야 겨우겨우 진행되었다. 그 와중에 급한 업무요청은 또 어찌나 많았는지. 내가 제일 견디지 못하는 게 적은 시간을 주고 이상한 숫자 맞추기를 해야 하는 업무인데 그 업무가 참 많이도 들이닥쳤다. 그래서 결론은.. 일에 신경을 다 빼앗겨서 내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 회사에서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바로 글쓰기 모드로 전환해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막상 집에 가면 계속 회사 걱정을 이어나가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에너지를 너무 소진해서 누워서 잠들어버리기 일쑤였다.


두 번째는 내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바로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의 피드백을 (아직) 못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책에 들어갈 원고를 작성하는 것이니 당연히 내가 쓴 여러 꼭지의 추가 원고는 브런치나 그 어느 곳에도 올리지 않고 차곡차곡 저장해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꽤나 답답해졌다. 이번에 쓴 글이 어떤지 독자님들 반응도 좀 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내가 생각보다 더 많이 독자님들의 반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새롭게 느꼈다. 올라가는 라이킷과 달리는 댓글들이 정말 소중했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이 꽤 괜찮았다고,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쓰면 된다고 알려주는 시그널 같은 것이었다. 그 시그널들이 없으니, 내가 지금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감이 잘 안 왔다. 그게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다 부차적인 문제들에 불과하긴 하다. 기본적으로는 퇴근 후에 또는 주말에 집에서, 때로는 공유오피스에서 추가 원고를 작성할 때 꽤나 행복했다. 내 책으로 나올 글들을 쓴다는 생각에 혼자 벅차오를 때도 여러 번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소중한 창조물인 내 글. 이번엔 그 어떤 경로로도 먼저 공개된 적 없던 수많은 글들이 책으로 한 번에 독자님들께 다가갈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 신난다. 이제 진짜 책이 나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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