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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많은 지구인에게

밤산책가『외계인 상담소』를 읽고

by 새내기권선생

책의 설정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지구인 보호 협회’ 소속 외계인 상담사가 등장한다. 그들은 '히키코모리', '트라우마', '나르시시스트'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정신적 문제를 겪는 이들을 만난다. 이들은 지구인 특유의 복잡한 편견이나 잣대 없이 외계인의 시점에서 상담을 해준다. 어쩌면 책에 서술된 것처럼 외계인에게는 우리의 복잡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그저 '지구적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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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청년의 사연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그는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머지, 자신을 지키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고 맞춰주다가 결국 스스로를 잃어버린 경우였다. 책 속의 문구가 잊히지 않는다.


공부, 신앙, 그리고 가족. 그 모든 걸 위해 노력하고 버텼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남았어요.


작가는 이 인물을 통해,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정작 가장 소중한 '나'를 놓쳐버린 사람들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타인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을 지키는 데 서툴렀던 우리 모두의 자화상처럼 보였다. 세상에는 이처럼 자신을 탓하며 숨어버린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 소설은 결국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겪는 모든 고통과 불안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우리는 당신을 이해하고 보호하려 왔다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그쳤던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감미로운 위로를 건네준다.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지구 별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가장 편안한 상태의 나를 만나보는 시간을 가지길 권한다. 나 자신을 털어놓고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마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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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산책가 #외계인상담소

밤산책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evening_evening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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