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할머니를 위해 움직이는 이유

손자PD가 처음 말하는 진심. 일시정지에서 다시 플레이가 되는 순간!

by 이서홍

한 달 동안이나 할머니와 통화하지 않은 일은 처음이었다.

2~3일에 한 번꼴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점점 서로의 목소리를 잊어만 갔다.


이유는 정말 간단했다.

바빠서.


흔해빠진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나는 정말 바빴다.

그리고 지쳐 있었다.

학교 생활과, 아르바이트, 출판사 업무(나는 1인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등을 병행하며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었다.


해야만 하는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망설였다.

그러나 그 시간은 잠시였다.

우선 해야만 하는 것들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은 달력 뒤편에 미뤄둔 채, 주어진 일을 해치우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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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게 유튜브를 시작하자고 설득한 것은 나였다.

할머니는 나 때문에(혹은 덕분에) 유튜버가 되었고, 나름의 소소한 성과도 거두었다.

지금은 프로 유튜버처럼(내 기준) 시청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시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변화한 할머니의 모습을 사랑한다.




그런데 한동안 우리의 유튜브 세계는 일시정지 상태였다.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바빠서.

물론 내가 바쁜 것이었고 할머니는 그런 나를 배려해 주셨다.

종종 엄마를 통해 유튜브 이야기를 꺼내곤 하셨지만,

안 그래도 바쁜데 신경 쓰게 하지 말라는 결론을 내리셨다고 한다.


그런 나는 할머니께 죄송했다.

나만 믿으시라고 큰소리쳐놓고, 막상 제대로 하지는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조금만 덜 누워 있으면 충분히 짬이 날 텐데.

부지런하지 못한 나를 바라보며 짜증이 나기도 했다.


사실 바쁘다는 것은 핑계이다.

남들은 내가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인 줄 알고 있지만, 나에게는 침대가 정글의 늪과 같다.

한 번 누우면 일어날 수 없는 마성의 늪에서 시간을 보내며,

바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할머니가 편찮으셨다. 점점 기력이 없어진다고 하셨다.

얼굴에는 주름이 늘고, 고질병인 허리는 더 오랜 시간 할머니를 괴롭힌다고 했다.


1942년에 태어난 사랑하는 나의 귀녀 씨.

만으로는 83세. 어느덧 8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나이이다.

할머니는 시간이 얼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럴 일 없다며 투정을 부리고 넘어갔지만, 할머니의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언제쯤 우리의 영상을 더 많은 사람이 봐줄 날이 오겠느냐고 말씀하시곤 했다.

"금방 그런 날이 와요. 할머니. 진짜야. 우리 영상 재밌잖아."

그것은 나의 막연한 바람이었다.




할머니의 시간은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몰랐다.

할머니는 이따금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이 먹으면 1년이 뭐야. 하루하루가 달라. 여기 아프다가 저기도 아프고 그러지."


난 그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있으시니 힘드시겠지. 누구나 그렇겠지.

근데 유튜버 귀녀 씨에게는 당연한 게 아니었다.


늦은 나이에 도전한 만큼, 더 오래도록 달리고 싶은 마음.

나는 그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제는 어렴풋이 알게 된 할머니의 마음.

유튜버 귀녀 씨의 진심.

그것이 내가 힘들다고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아니, 힘들지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나의 하루가 할머니의 일주일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몇 날 며칠을 바칠 준비가 되었다.

다시,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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