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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Nov 21. 2024

더불어 미리크리스마스


아이들의 귀는 참으로 선택적으로 밝다.

숙제했니? 씻었니? 하는 소리는 아무리 크게 여러 번 말해도 안 들리는데

듣고 싶은 이야기는 쏙쏙 빼내어 참으로 잘 듣는다.

어제 용화샘과 내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이들의 귀가 반짝인다.

“선생님~ 크리스마스트리 우리도 만들고 싶어요.”


나에게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는 썩 반가운 일이 아니다. 꺼내기도 전에 넣을 걱정부터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3월 새 학기 시작을 앞둔 며칠 전 다시 커다란 비닐봉지에 넣어져 학습 자료실 한 구석을 차지하게 되겠지?

이 크리스마스트리는 5년 전 지금 학교에 온 첫 해에 내가 구입을 했고, 그 이후 해마다 겨울이면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게 되었다.

12월이 되면 창고 깊숙한 곳에서 지난해 넣어 둔 트리를 다시 꺼내어 만들어 놓고,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길 기다리는 것이 겨울의 아름다움이라면

우리 학교의 아이들에게는 그 아름다움을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기에 어려운 가정이 더 많다.

그래서 이 트리를 구입한 것도 학교에서라도 그러한 사랑을 나누어 보고, 훗날 아이들이 자라 한 가정의 보호자가 되었을 때  지금의 시간을 떠올리며

자녀들과 함께 트리를 만들며 나누었던 정다운 시간을 만들어 보기를 바라며 이 트리를 구입했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에 장난이 치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교감 선생님 허락을 맡은 사람만 할 수 있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교감선생님께 허락을 받겠다고 신이 난 아이들이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그냥 허락해 주시지 않아. 트리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인지, 또 만들어서 어떻게 친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지도 계획이 있어야 해.

그것도 그냥 아니고 종이에 써서 기획안으로 가져가야 해. “ 하며 겁을 주었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아이들은 주춤하다가

자신들끼리 머리를 맞대어 묘안을 낸다.

“오뚝 아 그럼 네가 편지를 써, 내가 그림을 그릴게. 나는 색칠해야지.”

이 기특한 아이들. 각자 잘하는 영역으로 나누어 기획안을 만든다.


- 교감 선생님, 저희가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고 싶어요.

- 친구들과 학교에서 즐거웠던 일 나누는 곳도 만들게요.

- 이렇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밀게요.  하고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크게 그린다.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은 이미 마음이 크리스마스이다.

교감선생님을 뵈러 갈 때는 꼭 나를 앞세우고 뒤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며 내가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길 바라던 아이들이

이제 제법 씩씩해졌다.

”너희들 선생님 없이 교감 선생님께 다녀올 수 있겠어? “

“당연하죠 ~ 저는 아기가 아닌걸요.” 하면서 씩씩하게 교무실로 향한다.


마치 아이들을 길 건너 마트에 물건 사 오는 첫 심부름을 보낸 듯 마음이 요동친다.

‘아이들이 예의 없게 굴지는 않을까? 연습한 대로 잘 말씀드리고 있을까? 계획서는 잘 보여드릴까?’

이것이 뭐라고 내 마음도 함께 두근두근 떨린다.


잠시 후 가벼운 발걸음 소리에 맞춰 교실 문이 열리고는 신나게 들어온 봄이.

교감 선생님 말씀을 흉내 내며 “그럼~ 당연히 되지.”: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만들 우리의 작전을 펼치게 된 것이다.


오늘 하루도 몇 번이고 트리를 언제 만들 것인지 묻곤 했다.

수업이 끝난 후 만들자고 이야기해도 다음시간이 끝나면 또 , 또 … 반복이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서로 힘을 모아 트리를 세우고, 가족들의 건강 친구들의 건강과 웃음 그리고 나의 꿈.

가장 중요한 산타할아버지께 받고 싶은 선물도 생각하며 구슬 하나를 달 때에 소원 한 번

다시 다른 구슬을 달 때 또 다른 소원 한 번.


소원을 몇 번쯤 빌고 나서야 크리스마스 트리를 완성했다.


예쁘다. 반짝인다. 찬란하다.

꼭 나의 아이들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밝음이 아이들을 닮았다.


시키지 않아도 교감,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와 트리를 보여드린다고 한다.

선생님의 눈을 가리고  모시고 오며 “절대 눈 뜨지 마세요.:” 외치던 그 고운 목소리가 노래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벌써 미리크리스마스를 즐기게 된 셈이다.

시끌벅적 요란하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완성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눈 추억이 하나 더 해졌다.

아이들을 보내고 교실에 돌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다.

이 예쁜 아이들과 함께 나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이 장면도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하게 될 것 같아

더욱더 꽁꽁 싸매어 두고 싶은 오늘의 장면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받고 싶은 선물을 소원으로 빌었다.

나도  마음을 모아 소원을 빌어본다.

이 아이들의 맑고 밝은 마음을 지켜지기를… 아이들에게도 오늘 이 시간이 사랑으로 기억되길,

그래서 이 기억의 조각 하나가 아이들이 살아가며 삶에 큰 힘이 되기를 기도한다.


미리, 더불어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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