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처럼 살 수 있을까?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가 그리스 파르살루스 평원에서 로마제국의 운명을 건 전투를 앞두고 있었다. 카이사르의 명실상부한 최정예 10군단 소속에 수석백인대장 클라스티누스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나라 장왕의 절영지연 고사의 일만큼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카이사르는 자신이 직접 쓴 "내전기"에서 그때의 일을 기록하여, 수석백인대장 클라스티누스의 이름을 알리게 했다.
"나의 지휘를 받는 병사들은 나만 따르면 된다. 그렇게 하면 우리 최고사령관(임페라토르)에 대한 서약을 지킬 수 있다. 오늘의 이 싸움에서 모든 것이 결판난다. 이 싸움만 끝나면 카이사르는 명예를 회복하고,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카이사르가 말을 세운 채 열심히 듣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백인대장은 총사령관을 돌아보며 외쳤다.
"나의 장군이시여, 오늘은 제가 살든 죽든 장군께서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용감히 싸워 보이겠습니다. "
말이 끝나자마자 백인대장 클라스티누스는 맨 먼저 대열을 빠져나가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가 지휘하는 120명의 병사들도 그 뒤를 따랐다.
파르살로스 회전이 끝나고, 패전한 폼페이우스 쪽은 전사자가 6천 명, 포로는 무려 2만 4천 명에 달했다. 이에 반해 카이사르 쪽 전사자는 200명뿐이었다. 다만 백인대장을 30명이나 잃어버렸다. 30명 중에는 수석백인대장 클라스티누스도 있었고, 그는 얼굴에 적의 칼을 정통으로 받고 전사했다.
- 로마인 이야기 5권, 시오노 나나미 -
2000년 전,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클라스티누스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나도 언젠가 백인대장 클라스티누스와 같은 말을 할 수 있고, 그 말에 어울리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파르살로스 회전의 두 주인공은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였지만, 이 전쟁을 영화로 만든다면 클라스티누스의 연설장면과 그리고 적진으로 뛰어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줌아웃 하는 모습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카이사르는 내전기에서 클라스티누스의 이름을 언행을 기록하였다. 카이사르는 임페라토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었고, 클라스티누스 또한 10군단 수석백인대장에 걸맞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클라스티누스란 이름을 좋아하고, 기억하고 기록에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