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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라운지 Mar 17. 2024

오늘 아침에도 나는 그레이 티셔츠를 입고 나간다.

무채색의 현대인을 위한 컬러링 제안

춥고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무언가 모든 일이 잘 될 것 만 같은 봄이 왔다. 날짜를 봐도 그렇고 코끝에 스치는 바람과 미세먼지의 기운만 봐도 봄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이치이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또 기쁘고 즐거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근래에 주변에서 살기 팍팍하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살기 팍팍한 시기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주변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한 것은 아니고 실제로 최근에 진행하는 일의 흐름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고 자영업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이제 막 시작되는 봄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이다.


우리는 보통 계절이 바뀌면 지난 계절에 입었던 옷을 정리해서 넣고 또 다가오는 계절에 입을 옷을 꺼낸다. 봄이 오면 가을이나 겨울에 입었던 어두운 색의 옷을 정리하고 화사하고 밝은 옷을 챙기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봄과 여름에 입는 옷보다는 가을과 겨울에 입는 옷이 대체적으로 어두운 색이다. 어떤 종류의 옷을 입는지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보통은 가을 겨울에 입는 옷이 어두운 것이 사실이다.





봄도 오고 마음도 가벼워지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기분을 내고 싶은 지금이다. 월요일 아침 옷장 속에 보관하고 있던 화사하고 멋진 옷을 꺼내어 입고 출근을 하려고 마음을 딱 먹고 있었는데….. 아침에 집을 나서는 엘리베이터 속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암… 지난주 금요일과 같은 검은색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분명히 있겠지만 주변의 대부분의 남성들을 보면 주로 입는 옷의 컬러들이 정해져 있다. 블랙, 그레이, 화이트, 네이비 베이지 블루 등의 컬러가 아마 가지고 있는 옷의 70% 정도는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정확한 통계를 통한 수치는 아니다. 패션 관련 일을 하면서 보고 느끼는 체감(?) 데이터이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는 이와 다를까 싶지만 비율만 차이가 있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부 컬러, 핑크나 레드 등이 아니라면 남성과 비슷하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 중에 검은색이나 흰색만 주로 입는 패셔니스타나 디자이너가 많다. 패션의 완성은 블랙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흰색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컬러라는 말을 하면서 흰색만 고집하는 그런 디자이너도 있다.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보기에 잘 어울리기는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입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런 이유로 무채색의 옷을 자주 입는 건 아닌 것 같다. 관리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고 딱히 취향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는데 내가 사려고 하는 옷이 그런(?) 무채색의 옷만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상품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판매되는 상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이즈나 컬러를 정할 수밖에 없는데 뭐가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실제 판매되는 컬러가 블랙 그레이 화이트 등이 아주 높은 판매를 기록한다. 그러니 무채색의 의류가 많이 만들어지고 또 보이는 것이 그런 컬러의 상품이니 많이 구매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블랙이나 화이트 컬러의 옷은 진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충 입어도 무난하고 다른 컬러랑 같이 입어도 크게 무리 없는 그런 컬러이다. 또한 블랙이나 그레이 컬러의 옷은 여러 번 입어도 티가 잘 나지 않아 세탁을 자주 안 해도 입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들을 한다. 실제로 자주 세탁을 안 하고 입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지구의 환경을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잘 생각해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취향을 잘 드러내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고 또한 자신의 취향을 겉으로 표현하면 주변으로부터 돌아오는 반응이 두려워 그런 경우도 있다. 특히 서양보다 동양의 경우가 남들의 시선을 더 신경 쓰고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향은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살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또 자신의 생각을 남들 앞에서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도 자신을 취향을 표현하는 것에 서투른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 어떤 글에서 본 적이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바른말을 하면 바른 사람이 될 수 있고 나쁜 말을 하면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그런 뉘앙스의 글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평소 생활 습관이나 행동이 사람의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둡고 칙칙한 무채색의 옷 대신 밝고 화려한 컬러의 옷을 입으면 조금 더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힘들고 어려울 때 희망과 밝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화사한 옷을 입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저기 초록의 싱그러움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것처럼 우리는 또 우리의 희망을 꿈꾸면서 내가 입은 알록달록 꽃 같은 화려한 컬러의 옷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밝은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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