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고민, 오늘 뭐 먹지?
단언할 수 있다. 먹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은 있어도 세상에 맛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미각은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가깝고 자극적인 경험이다. 점심과 저녁, 매일 두어 번씩 나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기회를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쓴다. 평일은 보통 직장에서 해결하기에, 주어진 여건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을 고른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 메뉴 서빙 속도이다. 직장인에게 주어진 한 시간 남짓한 점심시간 동안 식사와 커피, 햇빛을 쬐는 점심 산책까지 해결해야 하므로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뭐 먹지'에 대한 고민을 가장 고심하게 되는 시간은 주말이다. 늘어지는 주말 점심이면 짝꿍과 같이 핸드폰을 부여잡고 오늘은 어디 갈까를 매번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글도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적게 되었다.
맛집을 찾아서 떠나는 길
맛집을 검색하는 채널은 다양하다. 나와 짝꿍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까다롭게 메뉴를 고르는 편이다.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채널은 인스타그램인데, 맛집을 잘 아는 주변 지인들의 포스팅을 차례로 들여다보며 의견을 나눈다. 색색깔의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과 코멘트를 읽으며 맛을 상상하고, 흥미가 간다면 인스타 장소 태그 기능을 이용한 다른 포스팅을 훑어본 다음 네이버 검색을 통해 보다 상세한 후기를 읽어본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유료광고를 많이 쓰는 업체인지 여부이다. 특정 시기에 포스팅이 몰린다거나, 이 포스팅이 일명 '협찬체', '광고체'인 경우 믿고 거른다. 유료 광고를 쓰는 매장은 맛이나 서비스만으로 진검승부를 하는 매장이 아닌 경우가 많아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심해서 고른 매장에 방문하여 식사를 하게 되면 결론은 딱 두 가지이다. 다시 오고 싶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대부분 우리의 결론은 후자로 향하게 되며, 전자의 리스트에는 소수의 식당만이 랭크된다.
맛과 서비스 두 가지 축
그렇다면 다시 오고 싶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앞서 도입부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맛'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맛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다시 오고 싶은 곳에 분류되지 않는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가게의 화장실이 청결하지 않았다던지, 웨이팅이 심각하게 길었다던지 혹은 서버가 불친절했었다면 그 식당에서의 경험은 유쾌하게 남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매우 친절한 서버가 있더라도 맛에 대한 인상이 흐렸던 곳이면 다시 찾게 되지 않는다. 즉, 식당의 재방문 여부는 맛과 서비스 모두 충족시키는지에 달려있다. 맛은 단순히 음식의 맛이 좋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OO에서는 XX라는 말이 단숨에 떠오를 정도로 그 매장만의 한 수가 있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서비스. 서비스를 한 단어로 간단히 일축하기에는 이 과정에 복잡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음식이 나올 때 접시의 기분 좋은 온기와 서버의 친절한 미소. 과하지 않은 조명과 옆사람의 대화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테이블 간의 거리 등이 서비스의 세부 요소이다. 이러한 디테일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방문자들의 경험을 구성한다.
마지막 킥(Kick)
맛과 서비스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할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나에게는 둘 중에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 맛이 없는 식당은 '에이 실패했네'에서 끝나지만, 서비스가 좋지 않은 식당은 불쾌한 경험을 남기기 때문이다. 맛이 뛰어나지 않았어도 서버나 오너의 친절한 미소가 있던 곳은 두고두고 생각난다. 즉, 내가 생각하는 레스토랑의 마지막 킥은 '친절'이다.
지금까지도 남는 좋은 기억이 있다. 유난히 추웠던 올해 2월,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서버가 날이 춥다며 핫팩을 쥐어주었다. 덕분에 그곳은 지금까지도 손에 잡힐 듯 따듯한 온기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