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기기의 발달, 그리고 데이터 생산자로서의 개인
10년 전의 세상
종종 생각한다. 10년 후의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2010년의 나는 대입 실패를 겪고 재수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태풍과 홍수로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고, 6월 모의평가가 지연되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자습시간이면 으레 P2P나 전자사전을 꺼내 들어 저장된 인강(인터넷 강의)을 돌려봤다. 당시 블랙베리를 제외한 핸드폰은 모두 폴더폰이었다. 가장 핫했던 최신폰은 빅뱅과 투애니원이 광고하는 롤리팝이었는데, 폴더를 닫으면 화면에 LED로 지정한 이모티콘을 나타내게 할 수 있었다. 지금에서야 놀림거리가 될법한 철 지난 감성이지만, 당시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물건이다.
“버튼은 너무 거추장스럽다”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선보일 당시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기 전, 버튼 없는 핸드폰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프레젠테이션 후 전세는 역전되었다.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핸드폰에 수십 개의 버튼이 있었던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한다. 10년 전의 세상에서 오늘날의 모습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시점에서 10년 후의 변화를 상상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0년 후의 데이터 마케팅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도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 폴 호건
10년 후의 데이터 마케팅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까. 인공지능, 기기-신체의 밀착화, 그리고 데이터 생산자로서의 개인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해본다. 다가올 미래는 기기-신체 밀착화와 인공지능의 쾌속 발달로 개인이 남기는 모든 족적이 데이터화 되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웹 상에서 남기는 데이터 외에도, 애플 워치나 오큘러스 등 신체에 밀착된 기기가 상용화되어, 오프라인의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온라인-오프라인 정보가 결합되어, 개인의 심리에 대한 심층 분석이 가능한 시대가 될 것이다.
A라는 사람이 유튜브를 시청한다고 생각해보자. 현재는 이 사람의 재생시간, 정지 횟수 등의 로그 정보로 콘텐츠에 대한 흥미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 사람의 동공 확장 정도, 심박수, 뇌파 등의 정보를 기존 로그와 혼합하여 콘텐츠에 대한 흥미, 집중, 관심도 등을 신뢰도 높게 추정 가능할 것이다. 본인이 파악하는 선호도를 넘어서서, 데이터를 통해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자신의 취향을 발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의 데이터 마케팅을 상상한다. 온-오프라인에서 개인이 생성하는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이 데이터를 복합 분석하는 일이 주가 될 것이다. 이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개인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강력하게 끌리는 콘텐츠나 상품을 큐레이션 하는 역할이 데이터 마케팅의 근미래일 것 같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상상이다. 그러나 10년 전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변화의 시점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