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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 Oct 01. 2022

[경기도 전시회] 용인 백남준 아트센터, 바로크 백남준


지난 주말 오전 일찍 경기도 용인의 백남준 아트센터에 다녀왔다.


백남준의 작품은 여러 미술관에서 한두 작품씩 접한 정도가 전부인지라 이번 기회에 백남준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백남준 아트센터는 해외로 멀리 떠나지 않고도 한국에서 비디오 아트 분야 세계적 예술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찰리 채플린 - 밥 호프 - 슈베르트
백남준 아트센터 : 바로크 백남준


백남준 아트센터에서는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바로크 백남준'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바로크라는 화려함과 웅장함, 역동성이라는 특징이 백남준의 작품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백남준 아트센터에 도착해 넓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검정 톤의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형형색색의 백남준 작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도 모노톤의 실내가 적합할 듯했다.


전시물 중에는 슈베르트, 밥 호프, 찰리 채플린과 같은 '백남준'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작품들도 있었다.


TV 모니터와 스피커, 라디오 등을 쌓아 올려 만든 작품 속 모니터 화면에는 제목에 해당하는 유명인들의 영상이 송출된다.


이러한 익숙한 작품은 일부였고, '시스틴 성당'과 '촛불 TV'와 같은 그동안 잘 몰랐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백남준의 설치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스틴 성당 - 촛불 TV


백남준 비디오 아트 : 시스틴 성당, 촛불 TV


전시관 안쪽 가장 큰 공간에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프로젝터 40여 대를 사용한 대규모 미디어 작품 '시스틴 성당'이 있다.


제목에서부터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틴 성당의 벽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작품에선 성조기와 물고기 등 다양한 영상들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시스틴 성당의 벽화들은 다양한 영상으로 대체되었고, 화가는 프로젝터라는 기계로 대체됐다.


이 공간에 들어가면 말 그대로 영상과 음악이 온몸에 쏟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클럽에 들어온 듯 새로운 공간에 압도당하는데 정신을 차려 주변을 둘러보면 반복 재생되고, 확대되는 영상과 사운드에 몰입감은 더욱 커진다.


몇 백 년간 변하지 않는 바티칸의 시스틴 성당, 미켈란 젤로의 천장 성화가 감동적이었다면 쉬지 않고 움직이며 변화하는 영상으로 가득한 백남준의 '시스틴 성당'은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쳤다.


비디오 샹들리에 No.1 - 삼원소


또 다른 작품인 '촛불 TV'는 백남준의 철학가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촛불 TV'는 아주 오래된 텔레비전의 내부를 비워내고 그 안에 초 하나를 두고 불을 밝혀 놓았다. 새로운 기술과 고전적인 촛불이 결합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전시장을 사색의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가장 기대했던 '비디오 샹들리에 No.1' 이 부품 상의 이유로 모니터가 꺼져 있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던 점이었다.


고전 회화는 복원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되는 반면 예술과 최신 기술을 결합한 비디오 아트는 기술의 변화 속도 때문에 오히려 작품이 온전히 보존될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백남준이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과 철학 분야에도 학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의 작품이 미술을 넘어 음악을 결합한 비디오 아트로 인간과 기계에 대한 철학적인 화두를 던졌던 배경엔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한 작가의 노력이 있었다.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백남준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그동안 예술가 백남준을 얼마나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구엘공원 - 백남준 아트센터


가우디의 구엘 공원이 떠오르다


전시를 보고 난 후 뒷문으로 나가자 곡선의 긴 돌담길이 나오는데, 보는 순간 가우디의 구엘공원의 파도 동굴이 떠올랐다.


구엘공원의 광장을 받치는 기둥을 지나 아래로 내려오면 마치 파도가 치는 모양으로 사선으로 기울어진 긴 동굴 길이 있다. 2017년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을 방문했을 때 화려한 도마뱀이나 광장 둘레 타일 등보단 난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였고, 마치 바닷속에 있는 듯한 기분에 여러 상상을 할 수 있어 '자유롭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2022년에 방문한 이곳 한국의 백남준 아트센터도 마찬가지였다.


구엘 공원이 현실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던 것처럼 백남준 아트센터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백남준의 다양한 작품들로 상상 속 도시에 온 듯 흥미로웠고,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백남준 아트센터 관람안내

- 관람시간 :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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