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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 Nov 06. 2022

[남양성모성지]
경기도 화성 성모마리아 대성당


오전 이른 시간 서울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경기도 화성시의 남양성모성지에 다녀왔다.


남양성모성지 성모마리아 대성당은 아침 9시 30분부터 개방되고, 일요일 아침 미사는 11시부터 시작된다. 


아침 9시즘 도착해 대성당이 열리기 전 남양성모성지를 산책했고, 미사 시작 전 조용한 대성당내부를 돌아볼 수 있었다.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


남양성모성지를 찾은 가장 큰 이유는 2020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을 본 영향이 컸다.


이 영화는 '마리오 보타'라는 건축가보단 그가 남긴 '영혼을 위한 건축'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마리오 보타의 건축물 중 성지 건축물에 초점을 두는데, 그중에서도 한국 경기도 화성시 남양성모성지에 짓고 있는 대성당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마리오 보타가 성당과 유대교 회당, 모스크 사원까지 가톨릭뿐만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에 이르는 광범위한 종교 건축물을 설계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인간의 영적인 것에 부응하는 건물을 짓고 싶다'라는 마리오 보타가 지닌 건축가로서의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숭배(추종)하는 절대자가 누구인가 보다 인간의 삶 속 고뇌를 해결하고,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는 종교 본연의 의미에 집중하고 있는 건축가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오래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을 방문했을 땐 마리오 보타가 누군지 몰랐기에 그저 벽돌로 지은 건물이구나 싶었다. 


다큐를 본 후 건축가의 작품이 궁금했기에 서울 리움 미술관  M1 관,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의 클럽하우스 아고라, 강남의 교보 타워, 그리고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까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국내 건축물은 모두 다 돌아보게 됐다.


남양성모성지는 공사 중


사실 남양성모성지는 완공이 언제 될지 모르는 공사 중인 상태다.


완공되면 가자고 여러 번 미뤘지만 언제 될지 기약이 없어 일단 대성당이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방문했고, 성지 입구부터 대성당까지 도입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남양성모성지는 병인박해 순교지다. 


2011년 남양성모성지의 성당을 의뢰받은 마리오 보타는 설계에만 꼬박 5년이 걸렸고, 10년 가까이 공사해 2020년 대성당이 준공됐으나 아직 내부가 완전히 마무리되진 않았다. 



남양성모성지 성모마리아 대성당 


남양성모성지 성모마리아 대성당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가톨릭 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약 60만 장의 붉은 벽돌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남양성모성지 입구 우축 묵주기도 길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었고, 멀리 대성당의 크게 솟아오른 두 개의 탑이 보였다.


탑 가운데에는 7개의 종이 매달려 있었고, 종의 크기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점차 커졌다.


대성당 내부로 들어가는 길엔 '천국의 계단'이 있었다. 마치 천국을 향하는 길처럼 머리 위 창으로 빛이 쏟아졌고, 양측 계단 아래쪽으로 은은한 조명이 비쳤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자 두 개의 탑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좀 더 명확해졌다. 40미터가량 솟아오른 두 개의 둥근 탑은 제단의 바로 뒷부분이었다.


둥근 탑 윗부분은 유리로 되어있어 빛을 제단 내부로 끌어드리고 있었고, 성당 내부 천장 또한 유리로 되어있어 성당 내부는 밝게 빛났다. 


십자가 뒤로는 두 타워 사이에 떼어놓은 공간에서 수직으로 밝은 빛이 들어와 대성당을 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완성시켰다. 



남양 성모성지 성모마리아 대성당  제단화


제단 좌우에 '수태고지'와 '최후의 만찬'이 걸려있었는데, 다큐멘터리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에서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장면이 떠올랐다. 


최후의 만찬 예수 바로 옆자리에는 남양성모성지를 오랜 기간 조성하고, 애써오신 이상각 신부님의 얼굴이 있고, 반대편에는 마리오 보타의 얼굴도 보인다. 


이 제단화는 독특하게 양면화였고, 다큐에서 그림 뒷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기에 기억에 남았다.


성당 내부엔 신자분이 딱 한 분 계셨는데 제단 앞에서 망설이던 내게 "사람 많이 오기 전에 올라가 그림 뒷면을 보세요"라고 하시기에 얼른 올라가 뒷면을 보았다.


최후의 만찬 뒷면에는 이상각 신부님의 옆모습이 보였고, 수태고지 그림 뒤편엔 신기하게도 저고리를 입은 여자아이가 물끄러미 날 바라보고 있었다.



성당을 나와 뒤편으로 올라가면 성당의 전체적인 모습을 비로소 볼 수 있다.


전면에선 성당의 두 개의 탑만 보였다면 성당 뒤로 가면 제단이 있는 반원형 타워와 신도들이 미사를 볼 수 있는 성당 내부 건물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10시 30분쯤 되자 11시 미사를 앞두고 성당이 붐비기 시작했다.

제법 쌀쌀했던 날씨는 해가 뜨면서 따뜻해졌고, 가을의 단풍이 가득한 남양성모성지의 산책을 마무리했다. 


남양성모성지는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순교자의 언덕, 또 다른 건축가의 티 하우스 등이 아직 건축 전이고, 다듬을 부분이 많다고 한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이지만 완공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다시 한번 남양성모성지를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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