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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 Jan 30. 2023

[서울전시회] 최우람 작은 방주 전시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는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기계 생명체 작품들을 제작해 온 최우람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기술발전과 진화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한 최우람 작가는 <방주>라는 주제 아래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성을 고민하는 장을 마련했다. 


<원탁>, <검은 새>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원탁>이 보인다.


여러 개의 지푸라기 몸체들이 검은색의 <원탁>을 받치고 있고, 원탁 위에는 둥근 공 하나가 있다. 


원탁이 구동되기 시작하면 둥근 공은 테이블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지푸라기 몸체들은 이 공을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원탁을 밀어 올리고 있다.


하나의 공을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힘겨운 싸움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군림하는 소수를 떠받치고 있는 다수의 고단한 군중의 일상 같아 보이기도 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원탁 위에서 이를 지켜보는 <검은 새> 세 마리가 있다. 이들은 언제든 낙오자가 발생하길 호시탐탐 기다리는 듯했다.    



<하나>

원탁을 지나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천천히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커다란 꽃 <하나>가 있다.


하얀색 꽃잎마다 검은색 물감으로 결이 그어져 있어 거대한 한 송이의 국화꽃 같았다. 


<하나>에 사용된 꽃잎의 소재는 코로나 검사와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착용한 방호복의 재질과 같은데,  이는 최우람 작가가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담아 이 시대에 바치는 헌화라고 한다.


<작은 방주>, <등대>, <두 선장>, <제임스 웹>

<작은 방주>는 세로축 12m, 닫힌 상태에서 높이가 2.1m에 달하는 거대한 배 모양으로 양쪽은 흰 벽처럼 접어 둔 노가 있다.


매시간 30분마다 약 20분간 <작은 방주>의 공연이 진행되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접어 두었던 노를 높이 들어 올리면서 날개를 펼치듯 움직임을 시작한다.


천천히 노를 펴 항해를 하듯 노를 젓기 시작하면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노의 장대한 군무가 시작된다. 

선체 위에는 전시장을 비추고 있는 <등대>, 서로 등을 마주하고 반대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는 <두 선장>이 있다.


두 선장의 뒤에는 <제임스 웹>이 있다.


제임스 웹은 나사(NASA)가 개발한 최신 우주 망원경으로 허블 망원경의 관측 범위를 넘어 천체를 관측하며 우주의 탄생과 기원을 밝히는 목적으로 상용되고 있다.


선장의 시선은 이 망원경 모양의 <제임스 웹>이 향하고 있는 우주 저 멀리로 향해 있다. 


두 명의 선장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배를 이끌며 우주 먼 곳을 향해 가고 있다. 아마도 대홍수 시대 인간을 구원했던 방주와는 그 목적과 방향이 다른 듯하다.


배를 정박하는데 쓰이는 닻은 방주에서 분리된 채 전시장 벽에 매달려 있어 정박할 곳을 잃은 방주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두 선장은 마치 돈키호테 같아 보였다. 



<무한공간>, <천사>

방주의 뒤쪽에는 이중 거울 구조의 <무한공간>이 있고, <무한 공간> 안에는 증폭하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어 방주의 방향의 모호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듯했다.


안전한 항해의 성공을 기원하며 뱃머리에 장식되어 있어야 할 <천사> 조형물은 힘없이 축 늘어진 채 방주 왼편 전시장 천장에 매달려 있다.


황금으로 치장한 화려한 <천사> 조형물은 이미 지쳐 이 항해를 포기한 것 같았고, 작가는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방주를 이끌어야 할 이는 바로 자기 자신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샤크라 램프>, <레드>

샤크라는 산스크리트스어로 '바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 쌍의 <샤크라 램프>는 한가운데서 빛이 쏟아지면서 원 모양에서 연꽃으로 바뀌며 꽃을 피운다.


이 작품은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는데, 미스터리 영화 속 평범해 보였던 물체가 자극에 의해 UFO로 변하는 과정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전시실 입구에 있었던 흰 국화꽃 모양의 <하나>와 비슷한 <빨강>은 온통 붉은빛인 방안을 강렬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붉은 꽃이 활짝 폈다 다시 지기를 반복하며, 주변을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마치 생명의 탯줄처럼 붉은빛은 새로운 생명 같았고, 뜨겁게 피어났나 화려하게 타오르고 지지만 다시금 피어오르는 모습에선 생명력이 느껴졌다.  


‹ URC-1›, ‹ URC-2› : 당신의 우주 속 빛나는 항해를 해나가길

전시실 밖으로 나오면 폐차 직전의 자동차 전조등과 후미등을 조립해 스스로 빛을 내는 행성인 별로 재탄생시킨  ‹ URC-1›, ‹ URC-2›가 있다.


폐기된 자동차에서 나온 자동차 조명들에서 우주에서 빛을 내며 잠시 존재하다 누구도 모르게 사라져 가는 별을 떠올리다니.. 


전조등은 하나둘씩 켜지다 여러 개가 동시에 켜지면서 눈부시게 빛난다. 


이곳을 나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우주 속에서 아름답고 빛나는 항해를 하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세지 같아 보였달까.


최우람 작가


최우람(1970) 작가는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정교한 설계와 디테일을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 생명체를 제작해 왔다. 


어릴적 로봇 장난감을 만들거나 수집하길 좋아했고, 그림 대부분이 로봇 설계도를 상상해 그린 그림이었다고 한다. 


최우람 작가의 작품들을 보며 기계를 사랑하는 이가 미학적 감수성을 갖게 되면 이런 작품들이 나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스팀펑크  장르가 떠오르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의 조부가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인 시발자동차(발음 유의, 시작하다의 '시', 출발하다의 '발')를 만든 최무성 씨고, 부모님 두 분은 미대를 졸업하셨다 한다.


그리고 3대에 이르러 기계와 미학이 결합된 최우람 작가가 탄생했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전시 정보

- 예약 방법 :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 기간 : 2022-09-09 ~ 2023-02-26

- 관람료 : 4,000원, 수/토 야간개장 시 무료 관람(18시~21시)

- 관람시간 : 10시 ~ 18시, 수요일 및 토요일 야간 개장(10시 ~ 21시)

- ‹원탁› 구동 시간  : 10:20부터 시작, 5분씩 동작, 15분 휴식

- ‹작은 방주› 공연 시간 : 10:30부터 매시간 30분마다 시작, 20분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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